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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손혜원은 왜 양정철을 공격했나…친문 진영의 균열?

등록 2021.01.15 17:03

수정 2021.01.15 17:10

[취재후 Talk] 손혜원은 왜 양정철을 공격했나…친문 진영의 균열?

/ 연합뉴스

손혜원 전 민주당 의원이 지난 13일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방송을 개인 유튜브에 내보내 배경을 두고 관심이 쏠린다. 손 전 의원은 "양 전 원장은 문재인 대통령이 완전히 쳐 낸 사람이기에 속으면 안 된다. 실상을 잘 알아야 한다"고 했다. 또 "대통령은 2017년 5월 양정철을 완전히 버렸다"고도 했다. 여권 진영에선 "이들이 한 편 아니었냐"며 의아해하는 반응이 많다.

 

[취재후 Talk] 손혜원은 왜 양정철을 공격했나…친문 진영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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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때는 '누나'였는데…

이들은 한때 동지였다. 문 대통령이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이던 시절, 손 전 의원의 홍보위원장 임명 막후엔 양 전 원장이 있었다. 그가 최재성 전 의원과 함께 조응천·양향자 등 이른바 '친문(親文) 어벤저스' 인사 영입에 한창이던 때 손 전 의원도 '친문호'에 올라탔다.

당시만 해도 양 전 원장은 손 전 의원을 누나라 부르며 친하게 지냈다. 손 전 의원이 '더불어민주당' 이름을 만들고, 로고를 제작하며 분위기는 더 달아올랐다. 그러다 손 전 의원 특유의 좌충우돌식 도발적 언사가 도마에 오르자 양 전 원장은 "누나, 그러지 좀 마시라"며 자제를 시켰다고 한다. 주변에선 "손 전 의원이 그때 좀 언짢아 했다"고 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기 시작한 건 지난 4.15 총선 때였다. 민주당 선거 관리자였던 양 전 원장은 공천 낙천자들이 열린민주당을 창당하겠다고 나서자 "노무현·문재인 대통령은 탈당하거나 분당을 한 적이 없다"며 곧장 선을 그었다. 손 전 의원은 "그가 문 대통령 복심이 맞냐"며 불편한 기색을 그대로 드러냈다. 유시민 이사장의 범여 180석 확보 발언이 저의가 의심된다고 하자 "유시민까지 건드냐. 많이 컸다"고 그를 쏘아붙이기도 했다. 논란이 커졌지만 "사과할 생각이 없다. (양 전 원장에 대해) 많이 알고 있지만 참는다"며 물러서지 않았다.

 

[취재후 Talk] 손혜원은 왜 양정철을 공격했나…친문 진영의 균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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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윤석열 때문에?…갈라지는 친문 진영

손 전 의원이 돌연 다시 양정철 흔들기에 나선 건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폭제가 됐다는 말도 나온다.

손 전 의원은 유튜브 방송에서 "문 대통령이 망설임도 없이 2017년 5월 (양 전 원장 기용을) 안 한 것이다. 그러니까 윤석열 쪽으로 기운 거 아니냐"라며 변절자 프레임을 씌웠다.

주진우 전 기자가 검찰총장 후보 신분이던 윤 총장을 양 전 원장에게 소개하고 충성 맹세를 시켰다던 '나꼼수' 김용민 씨의 주장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당시 손 전 의원은 의혹을 부인하는 주 전 기자에게 "변명으로 들리고, 진심보다 연기가 먼저 보인다"며 비난했었다.

손 전 의원은 "미국으로 떠난다지만 양 전 원장이 또 킹메이커를 하겠다고 다시 돌아올 것"이란 말도 했다. 킹메이킹 대상은 윤 총장이 될 거란 의미로 보인다. 안 친하다던 김정숙 여사와의 중·고교 동창 인연까지 다시 꺼내며 자기 말에 무게를 실었다.

강성 친여 지지층으로 뭉친 열린민주당은 윤 총장을 검찰공화국의 상징으로 삼고, 개혁을 위해 몰아내야 할 적폐 1순위로 꼽고 있다. 이런 윤 총장과 손 잡았다는 세력은 이들에겐 곧 변절자와 같을 것이다.

설령 자신을 정치권으로 이끈 한 때의 동지였어도 예외는 없다는 것을 몸소 보여줬다. 김용민 씨가 "김어준·주진우가 윤석열과 한 패"라며 최근 절연을 선언한 나꼼수의 분열도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일련의 상황 속에 문 대통령의 야인 시절부터 양 전 원장과 함께 보좌했던 민주당 윤건영 의원은 지난 14일 밤늦게 글을 올렸다.

"참여정부 시절부터 20년을 함께 지내왔다"며 "가끔 소주 한 잔을 마실 때면 야당이나 보수 언론 공격보다 내부 이야기에 더욱 상처를 받았다"고 그를 회고했다. 손 전 의원 등 친여권의 '내부 비난'에 대한 반론이다. "속 이야기를 제대로 하지 못해 답답하다"며 "지독한 외로움을 겪을 형을 생각하며 술 한잔 한다"고 속내를 토로했다.

문재인 정부 임기 말, 친문 진영에 균열이 생기기 시작한 것 같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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