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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민간선박에 예인된 잠수함…스타일 구긴 해군

등록 2021.01.25 11:58

수정 2021.01.25 12:30

지난 22일 포항 인근 동해상에서 시운전 중이던 잠수함 한 척이 추진 장치 결함으로 민간 예인선에 이끌려 기지로 복귀했다.

해군은 "오는 5월까지 정기 수리 예정이던 잠수함이 정비 시운전 중 추진 장치 이상으로 긴급 복귀했으며 탑승자들은 모두 무사하다"며 "고장 원인은 확인 중"이라고 발표했다.

 

[취재후 Talk] 민간선박에 예인된 잠수함…스타일 구긴 해군
/ 대한민국 해군 제공


고장난 214급 잠수함은 AIP(Air Independent Propulsion·공기불요추진) 탑재 잠수함이다.

잠수함은 크게 디젤·AIP·핵추진 잠수함으로 나뉜다. AIP 잠수함은 산소 공급을 위해 하루 두 번 이상 부상하는 디젤 탑재함과는 달리 공기 불요(不要) 장치를 장착하고 2~3주 잠항이 가능한 우리 해군의 주력 잠수함이다. 핵추진잠수함은 6개월 이상 수중 잠항이 가능하다.

이번 사고가 난 214급 잠수함은 독일 기술을 도입해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이 총 9척을 건조해 운용 중이다.

일단 이유를 막론하고 한 척을 건조하는 데 수천억 원의 혈세가 들어간 해군 주력 잠수함이 기능 이상으로 민간 예인선에 이끌려 기지로 복귀하는 모습은 국민들의 불안을 야기하기 충분했다.

잠수함 전력의 핵심은 은밀함에 있다. 잠수함이 해상에서 예인선에 이끌려 가는 모습은 잠수함 강국을 표방하는 우리에 큰 실책일뿐 아니라 적에게 우리 전력과 패를 다 노출켰다는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온다.

해당 214급 잠수함은 취역 이후 잦은 고장으로 해군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2011년 가판 고정 볼트가 부러지고 2013년 소음 문제로 잠수함 전체를 해체한 적도 있다. 2015년에는 프로펠러에서 151개의 균열이 발견돼 군수 관계자들을 놀라게 했다. 주력 잠수함의 잦은 고장은 해군 전력에도 차질을 불러올 수밖에 없다.

양욱 한남대 국방전략대학원 교수는 "우리 해군은 잠수함사령부를 창설하는 등 몸집은 커졌는데 예산 및 전문 인력이 뒷받침 되지 않아 내실을 다지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지나치게 성급한 국산화 정책도 문제

다수 국방 전문가들은 정부의 성급한 국산화 정책을 지적한다. 국산 무기들이 국방 선진 국가들의 무기와 호환돼야 시너지 효과를 내서 강력한 무기가 되는데, 무리할 정도로 급하게 국산화에만 집중하다보니 신무기들의 잦은 고장을 초래했다는 분석이다.

무기 체계에 밝은 한 관계자는 "정부의 성급한 국산화 정책으로 이번 AIP 잠수함을 비롯 육해공군의 다양한 무기들이 호환이 안 돼 잔고장이 많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이런 무기의 호환 문제는 계속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대책마련이 시급하다"고 우려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무기 국산화가 궁극적으로 필요한 것은 사실이지만 우리 무기들과의 호환성 문제로 해외의 좋은 무기들도 놓치는 일이 많아 안타깝다"고 했다.

 

[취재후 Talk] 민간선박에 예인된 잠수함…스타일 구긴 해군
/ 대한민국 해군 제공


물론 자주국방 실현을 위해선 무기 국산화에 힘을 실어야 하는 것도 사실이다.

한 전직 해군 제독은 "작전 중에 기능 이상이 있으면 큰일이지만 이번에 예인된 잠수함처럼 정비 시운전 중에 기능 이상 경고가 뜨는 경우는 있을 수 있다"며 "완벽한 무기는 없다. 그래서 정비를 정기적으로 하는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그는 "214 잠수함은 독일에서 기술을 도입했지만 우리나라에서 건조한 잠수함"이라며 "오히려 우리 기술이 발전하고 인정받아 수입 무기 의존에서 벗어나 필리핀, 인도네시아 등에 수출까지 성공했다"고 했다.

■ 양보다 질로…실추된 명예 되찾아야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미국은 북한에 대해 강경한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동북아 안보를 우선시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강력한 메시지가 연일 발표되고 있다.

이 와중에 북한은 최근 열린 8차 당대회를 통해 핵추진잠수함 개발 의지를 공식화한 바 있다. 바이든 정부의 대북 강경책에 강대강으로 맞서겠다는 뜻으로도 읽힌다.

 

[취재후 Talk] 민간선박에 예인된 잠수함…스타일 구긴 해군
/ 조선중앙TV 캡처

 
물론 크게 우려할 필요는 없다. 세계 최다 잠수함 보유를 자랑하는 북한이지만, 여전히 대다수가 구형 디젤 방식이다. 연식이 오래된데다 구식 전투무기로 무장된 잠수함이 주를 이룬다.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말한 핵추진잠수함 계획도 실제 이뤄지기까지는 10년 이상이 걸릴 것이라는 미국 군사 전문가의 관측도 나온다.

결국 우리 해군의 논리는 양보다는 질로 승부하겠다는 것이다. 현재 막강한 전력을 과시하는 신형 잠수함 3000톤급 도산 안창호함을 비롯해 2호 함인 안무함도 건조 중이다. 전력이 강화된 신형 잠수함들은 2022년에 해군에 인도될 예정이다.

국산화 추진 과정에서 잦은 고장과 민간선박 예인으로 '망신'을 당한 해군이 강력한 무기가 탑재된 신형 함정들을 전면에 배치해 실추된 명예를 되찾을 수 있을까. / 구민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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