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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변호사단체는 사익 추구" 발언이 씁쓸한 이유

등록 2021.02.26 10:00

"변호사는 공익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 변호사들을 위해 존재하는 변호사단체는 철저하게 사익을 추구해야 합니다!"

지난 달 서울지방변호사회의 한 간부가, 변호사 1400여명이 있는 카카오톡 단체 채팅방에 이런 메시지를 올려 논란이 됐습니다. 이에 대한 변호사들의 반응은 대체로 "씁쓸하다" 였습니다.

A 변호사는 "사익만을 위한다고 말하면서, 변호사의 전문성을 존중해달라는 것은 자기모순"이라며 "사익을 추구하는 변호사를 어느 누가 전문가라고 신뢰하겠느냐"고 지적했습니다.
B 변호사는 "변호사가 사익을 추구한다면, 여느 상인과 똑같다는 말인데, 로스쿨도 필요 없고 자격증만 부여하면 될 일"이라며 "사익을 추구하려면 장사를 하지, 변호사가 왜 됐느냐"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습니다.
반면 C 변호사는 "간부의 발언 취지에 공감한다"면서 "그동안 변협은 유사직역에 업무를 다 빼앗겼다. 넋 놓고 있다가 밥그릇을 못 챙긴 것"이라고 공감을 표했습니다.

▲ 달라진 업계 사정…취업 힘든 '변시 출신'

이런 발언의 배경에는, 달라진 변호사 업계 사정이 있습니다.
로스쿨이 생겨 매년 1500명의 변호사들이 배출되고 있습니다. 로톡, 네이버 엑스퍼트 등 변호사 소개 플랫폼이 기존 변호사 시장을 위협합니다. 이른바 '직역 수호 변호사단' 대표로 활동하며 '로톡'을 변호사법으로 고발하기도 한 김정욱 변호사가 서울변회장에 당선된 부분도 눈여겨볼 만 합니다. 로스쿨 출신인 젊은 변호사들은 "취업도 어렵고, 생계마저 위협받는다"고들 합니다.
모 변호사는 "굶주린 사자보다, 배고픈 변호사가 더 무섭다는 미국 격언이 있듯이, 생계가 어려운 직업인이 법과 정의, 공익을 이야기하는 데에는 한계가 있다"고 했습니다.

▲"그렇다면 변호사가 상법상 상인인가?"

그렇다고 해도 '사익을 추구하자'는 외침을 쉽사리 받아들이기는 어렵습니다.
변호사법 1조 1항에는 '변호사는 기본적 인권을 옹호하고 사회 정의를 실현함을 사명으로 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대한변협 홈페이지 '변호사제도' 소개글은 "변호사는 공공성을 지닌 독립된 법률전문직으로서…"로 시작합니다.
또한 변호사들에게는 '품위 유지 의무'가 있어서, 대한변협 변호사징계위원회가 물의를 일으킨 변호사들을 제명, 정직시킵니다. 변호사들은 상인과는 다른 공공성을 띄고 있는 겁니다.
변협도 마찬가지입니다. "변협은 변호사법에 의해 설립된 공법인"(2017헌마759)이라는 헌법재판소의 결정도 있습니다. 게다가 대한변협회장은 대법관, 헌법재판관, 검찰총장, 공수처장 후보 추천권도 갖고 있는데, 단순한 이익 단체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변호사가 사익을 추구한다면 상법상 상인이 되도록 해야 하고, 변호사법 1조 1항도 개정해야 한다", "변협이 이익단체라면 대법관 등 추천권도 박탈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어려울 수록 본분에 충실할 때"

화성연쇄살인 사건부터 삼례 나라슈퍼 사건, 낙동강변 살인사건까지 억울한 옥살이를 한 피해자들의 한을 풀어준 변호사가 있습니다.

대학을 중퇴한 후 사법고시를 5년 만에 패스한 박준영 변호사입니다. 연수원을 나온 후 인맥도, 사건도 없어서 국선 변호 활동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도중 2007년 수원역 노숙 소녀 살인사건의 재심을 이끌어 내면서 '재심 전문 변호사'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습니다.
얼마 전 "사회적 약자의 인권을 보호하는 법조인으로서의 사명감과 소명의식을 실천한 점"을 평가받아 법조언론인클럽으로부터 '올해의 법조인상'을 받았습니다. 그는 이렇게 말합니다.

"제가 이제 재심 관련 이것저것 한다고 하면 많은 국민들이 응원을 해주시거든요. 그만큼 시민들은 공익적인 부분을 요구하고 있어요."

변호사업이 예전보다 어려워진 것은 사실이죠. 하지만 그럴수록 변호사법 1조 1항의 본분에 더 충실할 때 변호사로서 더 빛을 발할 지 모릅니다. / 이채현 기자

 

[취재후 Talk] '변호사단체는 사익 추구' 발언이 씁쓸한 이유
'재심 전문' 박준영 변호사 / 조선일보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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