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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홍남기의 이유 있는 반기?…강원도지사 도전說 '솔솔'

등록 2021.02.27 07:01

[취재후 Talk] 홍남기의 이유 있는 반기?…강원도지사 도전說 '솔솔'

/ 연합뉴스

"지지지지(知止止止)" 그침을 알아 그칠 데 그친다.

홍남기 경제부총리가 지난 2일 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교섭단체 연설을 정면 반박하면서 쓴 말이 한동안 화제였다.

이 대표는 4차 지원금의 선별·보편 지원 병행 추진하자는 본인의 제안을 홍 부총리가 당일 SNS를 통해 공개 비토하자 크게 화를 냈다고 한다.

지난 14일 고위 당정청 회의에서 이 대표는 홍 부총리에게 "코로나19로 국민들이 힘든데 돈 걱정만 하냐. 참 나쁜 사람이다"라고 목소리를 높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세균 국무총리를 향해서도 "나도 직전 총리를 했었지만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취지로 항의했다고 한다. 이 대표의 수위 높은 호통에 회의장은 일순간 고요해졌다. 이후 유영민 청와대 비서실장이 나서 "송구하다"는 취지로 답했다.

홍 부총리는 이 때에도 별다른 해명이나 사과는 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기재부 수장으로서 '할 도리는 한다'는 의지 표명이라는 해석이 많다. 부딪힐수록 더 부각되는 홍 부총리의 이같은 소신 행보, 향후 거취와 무관치 않다는 말이 나온다.

■ 4차 재난지원금 지급 후 퇴임…강원도지사行?

홍 부총리는 오는 3월로 전망되는 4차 재난지원금 지급을 끝으로 부총리 직에서 물러날 것이란 관측이 복수 여권 인사들 사이에서 나온다. 내년 6월 1일 열리는 전국 동시 지방선거에 강원도지사 출마 채비를 한다는 것이다. 3선 현직인 최문순 지사는 대선을 염두에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강원 춘천 출신인 홍 부총리는 부총리 직을 수행하면서 강원도를 여러 번 찾았다. 지난 1월 강원 동해의 수소경제 및 한국판 뉴딜 현장을 방문해 간담회를 갖고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지난해 11월엔 강원 횡성에서 열린 '강원형 일자리 선정 기념식'에 참석해 1,120억 원의 종합 패키지 지원을 하겠다고 축사를 하기도 했다. 부총리 치고는 잦은 현장 행보다.

홍 부총리는 사적 모임에서도 강원도지사 출마 뜻을 자주 언급한다고 한다.

여권에서 홍 부총리 외에 인지도 측면에서 마땅한 대안이 없다는 점도 출마설에 힘을 보탠다. 강원도에서 아직 여권 지지율이 높다는 점도 가능성을 높인다. 야권에선 권성동 국민의힘 의원과 김진태 전 의원 등이 후보로 거론되지만, 가장 유력한 권 의원은 당 원내대표를 먼저 할 거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 文 대통령도 도왔나?

홍 부총리의 이런 의중을 문 대통령은 알고 있을까?

문 대통령은 당정 간 갈등에서 홍 부총리의 손을 수 차례 들어줬다. 최근 4차 지원금을 놓고 이 대표와 홍 부총리가 마찰을 빚었을 때도 당에선 경질 주장까지 제기됐지만, 문 대통령은 "재정이 감당 가능한 범위 내에서 방안을 강구하라"며 사실상 홍 부총리 편을 들었다. 이 대표는 "대통령 말씀이 당과 일치한다"며 몸을 낮췄고, 이후 당이 선별지급을 먼저 하겠다고 한발 물러나는 결론에까지 이르렀다.

홍 부총리가 주식 양도세 부과 대상을 현행 10억 원으로 유지하자는 당 방침에 반발해 사의를 표했을 때도 문 대통령은 "경제 회복을 이끌 적임자"라며 재신임했다. 사표를 냈던 신현수 청와대 민정수석이 복귀했을 때 "거취 일임"이란 표현에 그쳤던 데 비하면 '과분한 배려'에 가깝다.

정치 뜻을 품는 참모들에게 집무실에서 함께 사진 찍기를 먼저 권유하기도 한다는 문 대통령의 특성상 홍 부총리의 이같은 '서비스'는 예사롭지 않다.

재정을 놓고 홍 부총리가 초래했던 갈등도 결국에는 청와대 뜻대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20조 원 규모의 4차지원금이 결정난 것 역시 결론적으로 '홍남기 패싱'의 방증이었다. 야당에서 "문 대통령과 홍 부총리가 역할극을 하고 있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그만큼 '팀웍'은 잘 맞았다.

관료에서 정치인으로 도약을 준비하는 홍 부총리의 선택, 그 결과가 궁금해진다.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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