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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현주 앵커가 고른 한마디] 누가 진짜 투기꾼인가요?

등록 2021.03.06 19:45

수정 2021.03.06 19:57

영화 '춘향뎐'
"암행어사 출두요! 암행어사 출두하오신다!"
"너희 아전놈들 농간으로 피폐함이 극에 달하였도다!"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심판하는 암행어사가 마패와 함께 지니고 다닌 물건이 하나 있습니다. 놋쇠로 만든 자, 유척입니다. 세금, 당시엔 곡식을 징수할 때 탐관오리들이 됫박의 크기를 제 마음대로 늘려 더 착취하곤 했는데 암행어사가 이 유척으로 정량이 맞는지 재보면서 부정을 찾아냈다고 합니다. 조선시대판 공정의 상징이자 백성을 보호하는 정의의 도구였던 셈이죠.

현대판 유척이 절실한 요즘입니다. 한국토지주택공사, LH 전현직 직원과 가족들이 3기 신도시로 발표된 부지를 미리 사들였고 매입 대금의 절반 넘게 대출하는 '영끌'을 했습니다. 돈 벌 거라는 확신 없이는 못 할 일이죠 또 입주권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인 1000제곱미터 단위로 땅을 쪼갰습니다. 일반 국민들은 미처 알지 못할 보상 정책을 아주 교묘하게 이용했으니 전문 투기꾼도 울고 갈 일입니다.

문재인 (2020년 신년사 발표)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결코 지지 않을 것입니다"

정세균 / 국무총리
"더이상 부동산이 '투기꾼'의 먹잇감이 되지 않도록.."

투기꾼을 잡겠다던 정부가 투기꾼을 키웠다고 국민들은 분노합니다. LH가 보이는대로 '내'라는 뜻이었냐며 '내토지주택공사'라고 풍자도 쏟아냅니다. LH 직원들이 온갖 방법을 동원해 땅을 매입함으로써 '부동산 불패'를 확인해준 꼴이 됐으니 부동산 정책에 대한 신뢰는 뿌리째 흔들릴 지경입니다. 

순조 때 어사였던 박내겸의 일기장을 펴보겠습니다. 한 노인이 암행어사 출몰 소문을 귀띔하면서 말합니다.

"나 같은 백성은 어사 행차 소식을 잘 모르지만, 관가와 아전들은 암행어사가 오고 안 오는 것도 이미 알고 있을 것입니다."

탐관오리들은 내부 정보도 빨리 접하니, 이에 맞게 교묘히 대응한다는 겁니다. 치솟는 집값에 고급 정보를 이용한 불공정 행위까지 지켜본 무주택자들은 배신감과 허탈감에 젖었습니다.

공정이 무너지고 신뢰가 흔들리며 부동산 정책 전반이 좌초될 위기입니다. 진짜 투기꾼을 가늠할 현대판 유척을 과감히 들어야 할 이유입니다.

앵커가 고른 한마디는 '누가 진짜 투기꾼인가요?'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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