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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이낙연 퇴임일이니 국토위 미뤄라?…尹 뜨자, 몸 단 與 주자들

등록 2021.03.09 12:55

수정 2021.03.09 13:25

#1. 이재명 "이낙연 응원차 참석"…정작 대표실은 "몰랐다"

이재명 경기지사가 9일 오전 10시쯤 돌연 국회 본청에 등장했다. 민주당 당 대표실에서 열리는 당무위원회 회의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이 지사는 도착 직전 공보팀을 통해 "내용적으로 그동안 당무위 참석을 거의 안 했지만 이 대표님의 마지막 일정이어서 응원 차원에서 참석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이런 설명까지 사전 공지한 건 기자들만을 위한 서비스는 아니었다. 이 지사의 갑작스런 등장에 당혹스러웠던 것은 이낙연 당 대표실도 마찬가지였다. 한 관계자는 "통상 지사급이면 사전에 참석 여부를 알려왔을 텐데 전혀 언지가 없었다"며 이 지사 방문을 몰랐다고 했다.

이날은 당무위 뿐 아니라 이 대표가 대표로서 마지막 일정을 갖고 기자회견을 여는 날이기도 했다. 언론의 주목은 이 대표에게 쏠렸어야 했다는 게 관계자들 이야기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이 지사가 받았다.

이 지사는 당 대표실 앞에서 진 치고 있던 기자들과 자연스럽게 조우했다. 이 자리에서 윤석열 전 검찰총장 관련 여론조사를 놓고 "지지율은 바람 같은 것"이라고 하거나, "당연히 정치를 하실 것 같다. 구태 정치하시지 말고 잘하기 경쟁 같은 미래 지향적 경쟁을 해주면 좋겠다"며 은근한 견제 심리를 내비쳤다.

윤 총장과 자신을 동일선상에 올리고, 같은 '국회 밖' 주자로서 여론의 주목을 끌겠다는 의도가 깔린 '전략'이었다는 해석이 나온다.

#2. 이낙연 퇴임 날이니…국토위를 미뤄라?

초대도 하지 않은 이 지사의 등장으로 한차례 조명을 뺏긴 이 대표. 하지만 복병은 아직 남아있다. 이날 오후 2시로 예정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전체회의에 변창흠 국토부 장관이 참석하기 때문이다. 국토위 개의 한 시간 반 뒤에 열리는 이 대표의 퇴임 전 마지막 기자회견은, LH 투기 의혹 질의로 한창 뜨겁게 달아오를 국토위 현장 상황에 밀릴 가능성이 크다.

당내서도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됐던 것일까. 국토위 소속 일부 여당 의원들은 전날인 8일 야당과의 전체회의 일정 협의 무렵 "이 대표의 퇴임 기자회견 시점을 고려해 회의 일정을 미루자"는 의견을 제기했다고 한다.

마침 국민의힘이 국토위 오후 개의를 놓고, "그럴 거면 차라리 10일이나 11일 오전 개의로 미루자"는 반박을 내놨던 터였다. 이를 명분 삼아 회의 소집을 연기하고, 하루 동안 이 대표의 퇴임 메시지가 언론사 뉴스와 포털을 장식하길 바랐던 것일까.

야당은 물론 여당 일각에서도 이 같은 당내 건의를 놓고 "황당하다"는 반응이 나왔다고 한다. 특히나 여당은 LH 투기 의혹을 하루라도 빨리 해소하고 일벌백계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입장에서 앞뒤가 맞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여당의 LH 사태 강경 대응 기저에는 재보궐 선거 타격을 최소화해야 하는 여당의 다급함도 깔려있다는 점을 국민들도 인지하고 있다.

하지만 연일 '국민 분노에 공감한다'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당 대표의 퇴임식이자 사실상 대선 주자 출정식의 레드카펫을 위해 국회 상임위를 미루자는 움직임에 어느 국민이 공감할 수 있을까.

#3. 尹 뜨자 與 '무시 전략'…하루 채 안 돼 깨졌나

윤 전 총장이 퇴임 이후 첫 차기 대선 주자 여론조사에서 1위를 차지한 8일. 민주당은 '무대응'으로 맞불을 놨다. 여권 유력 주자인 이낙연 대표는 기자들의 물음에 침묵했고, SNS를 즐겨 쓰는 이재명 지사도 좀처럼 조용했다.

하지만 만 하루도 채 안 된 이튿날 오전, 이들의 침묵은 모두 찰나의 표정관리였음이 드러나 버린 걸까. / 최지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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