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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TS 모욕 칠레 방송사, 비난쇄도에 결국 고개숙여

등록 2021.04.14 11:35

수정 2021.04.14 12:41

BTS 모욕 칠레 방송사, 비난쇄도에 결국 고개숙여

/ 칠레 tv쇼 캡처

방탄소년단(BTS)을 소재로 인종차별성 코미디를 한 칠레 방송이 거센 비판을 받고 결국 사과했다.

칠레 공중파 채널인 메가TV는 지난 12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자사 코미디 프로그램을 둘러싼 논란과 관련해 "마음 상한 모든 이들에게 공감을 표시하면서 사과를 전한다"고 밝혔다

메가TV는 "어떤 커뮤니티도 모욕하거나 다치게 할 의도가 없었다"며 "계속 개선하고 배우고 귀를 기울이겠다"고 덧붙였다.

문제가 된 장면은 칠레 공중파 채널인 메가TV의 코미디쇼 '미 바리오'(Mi Barrio)의 10일자 방송이었다.

5명으로 이뤄진 보이밴드가 토크쇼에 출연한 설정을 했고, 진행자가 소개를 부탁하자 한 멤버가 '김정은'이라고 답했다. 나머지 멤버들은 '김정-도스'(Dos·스페인어로 숫자2), '김정-트레스'(Tres·3), '김정-콰트로'(Cuatro·4), '후안 카를로스'라고 소개했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이름의 영어 표기 중 '은' (Un)이 '1'을 뜻하는 스페인어와 같다는 것을 활용한 것이다.

진행자가 진짜 이름이 뭐냐고 재차 묻자 이들은 BTS 멤버들의 이름을 말했다. 뷔, 정국, 제이홉, 진이라고 자신을 소개한 이들은 한국어를 할 줄 아느냐고 묻자 멤버 중 한 명만 할 수 있다고 답했다.

한마디 해달라는 요청에 중국어 억양과 비슷한 의미 없는 말들을 길게 늘어놓고, 해석을 부탁하자 "나 백신 맞았어"라는 뜻이라며 엄지를 치켜들고 웃어댔다.

칠레의 BTS 팬들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방송의 내용을 공유하며 팬들은 "인종차별은 절대 유머로 넘어갈 수 없는 문제"라며
칠레 방송규제 당국인 국가TV위원회(CNTV)에 해당 프로그램에 대한 1천 건 넘는 민원을 쏟아내기도 했다.

방송사 측은 이튿날 소셜미디어를 통해 "칭찬도 비판도 모두 수용하겠다"며 원론적인 반응만 내놨지만, 비판이 거세지자 결국 고개를 숙였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번 사태를 보도하면서 "수많은 BTS 팬의 힘을 보여줌과 동시에 전 세계에서 인종차별, 특히 아시아계 차별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졌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 백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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