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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내가 혁신의 적임자"라지만…기억에 남지 않는 정치인의 '혁신'

등록 2021.04.16 09:05

5년만의 승리로 한껏 고무된 국민의힘에서 당권 경쟁이 한창이다.

일찌감치 출마를 선언한 건 5선 조경태, 4선 홍문표·권영세, 3선 윤영석, 초선 김웅 의원. 공통점이 없어보이는 이들이 약속이나 한듯 모두가 혁신을 외친다.

"내가 당 대표가 되면, 혁신할 수 있다" 보수적 가치를 기치로 하는 당에서 '혁신'을 일성으로 내세우는 모습이 역설적이기도 하다.

■ 너도 나도 "내가 대표돼야 혁신"…"새 인물"·"내가 더 젊어"

중진 의원들은 '혁신을 이끌 적임자'를 자임했다. 홍문표 의원은 "300만 당원과 함께 개혁과 혁신으로 당을 바로잡겠다"고 했고, 윤영석 의원도 "당을 대대적으로 혁신하고, 21세기형 디지털 플랫폼 정당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을 바꾸겠다"고 청사진을 밝혔다.

하지만 불출마를 선언한 5선 서병수 의원은 "저를 비롯해 지금껏 산업화 시대정신을 대표했던 분들이 나서지 않아야 역설적으로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첫걸음이 된다"며 중진의원들의 2선 후퇴를 주장했다. 김웅 의원 역시 "파격적 쇄신을 하려면, 새 인물이 나와야한다"며 초선 당대표론을 밀고 있다.

이런 주장에 조경태 의원은 "나는 초선 의원들보다도 더 젊다"며 혁신에 선수가 중요하냐고 반발했다.

■ 누구나 외쳤지만, 기억에 남는 것은 없다

여의도에서 '혁신'이 키워드가 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가깝게는 지난해 국민의당을 창당하며 안철수 대표가 "깨끗하고 사람 키우는 혁신정당을 만들고자 한다"며 혁신을 기치로 내걸었다. 새누리당도, 더불어민주당도, 바른미래당에도 '혁신위원장'이라는 직책이 있었다.

어느 당에서나 혁신을 부르짖었지만 정작 기억에 남은 것은 '혁신'이란 단어뿐, 어떤 방법으로 혁신을 이뤘는지 뚜렷하게 떠오르는 것은 없다.

국민의힘 당권 주자들의 혁신 일성도 비슷하게 흘러가는 모양새다. 내가 초선이어서, 젊어서. '혁신의 아이콘'에 적합하다는 설명만 있을 뿐, 어떤 혁신을 이룰지에 대한 방법론은 들리지 않는다.

■ 어디에도 없었지만, 어디에나 있었다

애플이 아이폰 신제품을 출시할 때마다 늘 이런 말이 따라 붙었다. "혁신은 없었다"

아이폰의 외관은 늘 비슷했다. 일견 늘 똑같았지만, 저장용량이 조금씩 커졌고, 화질은 더 좋아졌고, 내장 소프트웨어가 진화를 거듭했다.

유권자들이 정당에 원하는 혁신도 이와 비슷할 것이다. 처음 보는 얼굴의 당 대표가 이끌어서가 아니라, 포용력이 좀 더 넓은, 시대적 가치에 맞는 정책을 내놓는, 소프트웨어가 진화하는 정당, 내면의 변화를 보여주지 못한다면, 혁신과 미래는 공허한 외침일 뿐이다. / 이채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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