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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가상화폐에 빠진 대한민국…걷어차인 사다리에 대한 분노인가?

등록 2021.04.20 06:00

#1. 직장인 A씨는 주변 권유로 가상화폐 투자를 시작했다. 24시간 거래소가 운영되다보니 잠을 자다 깨면 휴대폰으로 가상화폐 호가 창을 보는 게 습관이 됐다. 회사에서도 담배를 한대 피우러 나가보면 다들 휴대폰을 들고 뭔가를 응시하는데, 대부분 가상화폐 거래창.

#2. 퇴직을 앞둔 B씨. 주식 리딩 밴드방은 어느새 가상화폐 투자 밴드방으로 바뀌었다. 방장이 추천해주는 잡코인에 500만원을 투자해서 며칠만에 2배 수익을 거뒀다. 주식 투자로 큰 돈을 벌었지만 잡코인 투자를 하다보니 이젠 주식 투자 수익에는 만족이 되지 않을 정도.


■가상화폐에 빠진 대한민국…1년새 2만퍼센트 뛴 알트코인

대한민국이 가상화폐에 빠졌습니다. 비단 20~30대의 얘기가 아닙니다. 취업난과 부동산 폭등으로 계층 상승의 사다기를 걷어차인 젊은 세대의 분노 정도로 치부할 문제가 아닌 듯 합니다.

국내 4대 거래소(업비트, 빗썸, 코인원, 코빗)의 하루 거래대금은 20조원이 훌쩍 넘어 코스피와 코스닥 거래 대금을 넘을 때가 많아졌습니다.

비트코인을 제외한 코인을 잡코인 또는 알트코인이라고 하는데, 이 알트코인 시가 총액은 올해에만 5배가 늘었습니다.

비트코인이 올해 3천만원대에서 7천만원대로 두배 이상 올랐지만, 도지코인은 60원대에서 500원대로 10배 가까이 뛰었습니다. 1주일 상승률이 470퍼센트에 달합니다.

이밖에도 쎄타퓨엘 등은 1년새 2만퍼센트 상승했습니다.

 

[취재후 Talk] 가상화폐에 빠진 대한민국…걷어차인 사다리에 대한 분노인가?
알트코인 상승률 / 출처: 업비트


■폭탄 돌리기 게임…중년까지 투자 가세

정부나 전문가들은 어떤 가치도 반영하지 않는 투기성 자산이라고 규정합니다. 투자자들이라고 '폭탄 돌리기'란걸 모르지 않습니다.

하지만 인생 역전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데, 폭탄 맞을 리스크는 감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많습니다.

부동산은 규제하고, 주식은 국민연금 매도 등으로 지지부진하자 돈이 가상화폐로 몰리면서 거품을 형성하고 있는 겁니다. 마치 투기의 대명사인 튤립 투자를 연상케 합니다.

전문가들은 아파트값 급등과 취업난으로 좌절을 겪은 젊은 세대들의 분노 표출이라는 해석을 내놓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뿐만은 아닌 듯 합니다.

열심히 달려왔지만 이제는 늙어버린 몸과 다가올 노후를 걱정해야 하는 중년 세대들도 가담하고 있습니다.


■'수백배 수익' 성공스토리…당신이 주인공이 될 수 있을까?

온라인에서는 가상화폐에 투자해 수십억, 수백억원을 벌어 퇴사했다는 성공신화가 나돌고 있고, 모두가 나도 이 신화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는 꿈을 꾸고 있습니다.

 

[취재후 Talk] 가상화폐에 빠진 대한민국…걷어차인 사다리에 대한 분노인가?
수백배 벌어 퇴사한다는 누군가의 글. / 출처: 온라인 커뮤니티


경제적 자유. 모든 직장인이 꿈꾸는 자유가 손에 잡힐 듯 합니다.

하지만 코로나가 만든 유동성, 그리고 그 유동성이 만든 가상화폐 투자 열기. 수십, 수백배 수익을 얻을 수 있다는 솔깃한 권유에 마약처럼 손이 가는 호가창.

한껏 부풀어올라 작은 바늘 한개에도 펑하고 터질 것 같은 거품과 같습니다.

노무현 정부 당시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바다 이야기' 기억하십니까? 가상화폐를 보면서 바다 이야기의 데자뷔인 것 같다는 생각도 듭니다.


■비트코인은 경제위기에도 버틸 수 있는 안전자산인가?


그나마 비트코인은 다행입니다. 금처럼 채굴할수록 채굴비용이 늘어나고, 수량도 한정돼 있습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알트코인이 화수분처럼 무한정 발행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도 가격이 오른다면 그야말로 어떤 가치도 반영하지 않는 투기인 셈입니다.

많은 이들이 비트코인이 미래에 달러를 대체할 수 있는 수단이 될 수 있다는 생각도 하는 듯 합니다. 중국이 미국의 달러 패권을 뺏기 위해 디지털 화폐를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은 안전자산이 될 수 있을까요? 주식이 폭락할 때 이를 헷지할 수 있을까요? 경제위기가 왔을때 비트코인의 가격은 오히려 급등하거나 가치가 상승할 수 있을까요?

비트코인을 금처럼 생각한다면 주식이 폭락할 때, 경제위기가 올때 오히려 비트코인은 급락할 것이고, 비트코인이 달러와 같은 역할을 한다고 판단한다면 안전자산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최소한 비트코인, 가상화폐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투자하는 게 맞지 않나 싶습니다. 그래야 잃어도 얻을 게 있습니다.
일확천금은 엄청난 운을 가지고 태어나지 않는다면 신기루처럼 사라질 수 밖에 없습니다. / 안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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