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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日오염수 '로펌 자문' 안받았다더니…'거짓 해명'이었나

등록 2021.04.20 21:01

수정 2021.04.20 23:03

일본이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을 결정한지 하루 만인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은 국제해양법재판소에 일본을 제소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바로 전날만 해도 정부는 국제 제소를 하기엔 관련 데이터가 부족하다며 유보적인 입장을 보였지만, 무슨 이유에선지 갑자기 강경한 태도로 돌아선 것이다.

전날까지 없던 데이터를 하루 만에 구한 데서 비롯된 근거 있는 태세 전환이었을까?

아니었다.

문 대통령의 '국제 제소 적극 검토' 지시 다음 날인 15일, TV조선은 정부부처 합동TF가 이미 국제 로펌의 자문을 거쳐 제소가 실제로 이뤄지기는 어렵다는 판단을 받았다고 단독 보도했다.

 

[취재후 Talk] 日오염수 '로펌 자문' 안받았다더니…'거짓 해명'이었나
TV조선 15일 보도, <정부, 로펌 자문결과 "日 제소 어렵다" 판단…文 "제소 검토" 지시에 난감

정부가 법적 검토를 진작 의뢰해 승산이 낮다는 결과지까지 받았는데도 대통령은 무슨 이유에선지 또 한 번의 '적극 검토'를 지시한 것이다.

취재 과정에서 청와대에 그 이유를 묻자 "정부부처 합동 TF에서 로펌의 자문을 받은 바 없다"며 사실관계 자체를 부인하는 답변이 돌아왔다.

하지만 결국 이 해명도 사실상 거짓이었음이 뒤늦게 드러났다.

■ 與의원·외교부 장관 "로펌 검토·조회"

20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재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국제해양법재판소 제소와 관련해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에서 국제 로펌을 통해 검토해서 (제소가) 안된다는 상황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이에 정의용 외교부 장관도 "사법 검토는 사실 다각적으로 다양하게 검토를 했다"며 "로펌의 의견을 우리가 조회한 것도 있다"고 인정했다.

불과 일주일도 안돼서, 그것도 여당 의원과 외교부 장관을 통해서 드러날 엉뚱한 답변을 당시 청와대는 왜 한 것일까.

추가 해명을 요구하자 "정부합동 TF에서 자문한 적 없다는 기존의 입장은 동일하다"며 "국회 질의응답에서 나온 내용에 대해서는 해당 부처에 그 내용의 취지와 입장을 문의하는 게 맞겠다"는 답이 돌아왔다.

이미 언급했듯 청와대의 원래 답변은 "정부부처 합동 TF에서 로펌의 자문을 받은 바 없다"였다.

즉 두 답변을 종합하면, 외교부에서 독자적으로 국제 제소를 알아본 것이지 정부합동 TF에서 한 것은 아니라는 게 청와대가 하고자 하는 해명일 것이다.

■ 박수는 양손이 치고 있었다

하지만 외교부는 국무조정실이 이끄는 정부합동 TF에 속한 9개 관계 부처 가운데 하나이며, 국제 로펌에 법적 검토를 의뢰한 기후환경과학외교국이 정부합동 TF 관계차관 회의와 실무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취재후 Talk] 日오염수 '로펌 자문' 안받았다더니…'거짓 해명'이었나
국무조정실이 지난 16일 배포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출 대응 관계차관회의' 보도자료. 외교부 기후환경과학외교국의 기후변화외교과가 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로펌 자문 결과와 내용을 외교부가 홀로 가지고 있었던 것도 아니었고, 이를 정부합동 TF 회의 자리에서 함께 공유하고 논의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결국 청와대의 해명은, 마치 왼손과 오른손이 마주치며 손뼉을 치고 있는데 사실 좀 더 움직인 건 오른손이니 왼손은 박수를 안 쳤다고 말하는 것과 큰 차이가 없어 보인다.

■ 알았다면 '액션', 몰랐다면 '불통'

박수를 친 것이 오른손이냐 왼손이냐의 문제는 풀었으니 이제 청와대가 로펌 자문 결과를 과연 알고 있었는지 여부가 궁금해진다.

정부합동 TF 관계자는 "청와대에서 지시를 받지 않고 '씨리어스(serious)'하지 않게 검토를 한 것이라고 이해하면 될 것"이라며 로펌 자문과 청와대는 관련이 없고 보고도 하지 않았다고 선을 그었다.

이 설명에 따르면 문 대통령은 국무조정실과 TF회의에 참석한 9개 부처가 다 아는 로펌 자문 사실을 보고 받지도 못한 상태에서 국제해양재판소 제소 적극 검토를 지시를 한 셈이다.

문 대통령이 알고도 지시를 했다면, 제소의 실효성은 제쳐두고 이재정 의원의 지적대로 "국민의 공분에 부응하기 위해서 외형적인 액션만 취한 것"이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을 테다.

'몰랐다'는 해명을 그대로 받아들이면 그 비판은 유효하지 않겠지만, "제소는 마지막 수단이었지만 대통령의 지시로 빨리 검토를 해야 하는 상황"이라거나 "문 대통령이 강하게 나오면서 방향이 틀어졌다"는 식의 볼멘소리들이 정부 내에서 나오는 건 상황이 여전히 심각함을 보여준다.

청와대와 정부합동 TF 사이의 소통이 원활하지 못했던 결과로 대응 방침에 혼선이 빚어지는 셈이다.

결국 이번 사태엔 단지 청와대뿐 아니라, 적지 않은 돈을 들여 국제로펌 자문까지 받아놓고 '씨리어스'하지 않게 여겨 보고조차 하지 않은 정부합동TF와 외교부에도 공동의 책임이 있다고 할 수 있다. /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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