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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거래소 1위로 등극한 업비트…비결은 비대면 계좌?

등록 2021.04.22 15:55

수정 2021.04.23 09:22

[취재후 Talk] 거래소 1위로 등극한 업비트…비결은 비대면 계좌?

 

가상 화폐 투자 열풍이 뜨겁습니다.
20~30대 젊은 층은 물론이고 60~70대 노년층까지 가담하고 있습니다.최근 만난 한 기업의 임원은 부동산으로 돈을 벌었던 강남 아줌마들이 주식을 거쳐 이제는 가상 화폐에 빠져 있다고 귀띔하기도 했습니다.

■가상 화폐 투자 열풍…마지막 승자는?

점심 시간에 주변에서 들리는 얘길 들어보면 온통 가상 화폐 얘깁니다. 이런 투자 열풍 속에서 마지막 웃는 자는 누구일까요?

과거 IT 버블이 일었을 때 정작 돈을 번 곳은 사무용품과 가구를 파는 곳이라는 농담반 진담반 얘기가 있었습니다. 그도 그럴 것이 많은 기업들이 소리 소문 없이 사라졌지만 사무기기와 가구, 용품을 파는 곳은 많은 돈을 벌었습니다.

그래서 가상 화폐로 정작 돈 버는 곳은 거래소라는 얘기가 나옵니다.국내 주요 거래소의 하루 수익이 100억원이 넘는다는 보도도 나오고 있습니다.

국내 최대 거래소로 등극한 업비트의 경우에는 최대주주인 두나무가 미국 증시 상장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미국에서도 코인 베이스라는 거래소가 상장해서 그야말로 대박을 쳤습니다.

 

[취재후 Talk] 거래소 1위로 등극한 업비트…비결은 비대면 계좌?
국내 주요 거래소 거래량 /출처: 코인마켓캡

■ 업비트, 1위 거래소로 등극…일일 거래대금 20조원

가상 화폐 열풍이 뜨거워지면서 이렇게 돈을 쓸어 모으고 있는 거래소의 판도가 변하고 있습니다. 거래대금으로 작년까지만 해도 부동의 1위였던 빗썸이 업비트에 왕좌를 내준 겁니다. 22일 현재 업비트의 하루 거래대금은 약 15조원, 빗썸은 2조 8000억원, 그리고 코인원과 코빗이 9000억원대입니다.

가상화폐 업계에서는 업비트가 이렇게 1위로 등극한데는 K뱅크가 있다고 입을 모읍니다.

거래소는 은행 계좌에 연동하는 방식으로 계좌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업비트는 인터넷 은행인 K뱅크, 빗썸은 NH농협은행, 코인원 역시 NH농협은행, 코빗은 신한은행을 통해 계좌 개설이 가능합니다.

K뱅크의 경우 지난해 말 고객수가 219만명에서 3월말 기준으로 391만명으로 급증했습니다. 170만명 이상 증가했습니다. 수신고도 3조 7500억원에서 8조 7200억원으로 폭발적으로 늘었습니다. 이들 계좌가 모두 가상화폐 계좌라고 할 수는 없지만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고 볼 수 있습니다.

업비트 자체적으로는 누적 가입자가 작년 10월 300만명에서 올해 2월 430만명이라는 통계를 공개했습니다. 최근의 가상 화폐 열기를 감안하면 2월 이후에는 더 많이 늘었을 것으로 추정됩니다.

이에 반해 빗썸과 코인원에 계좌를 제공하는 NH농협은행은 3월까지 57만명 느는 데 그쳤습니다. 그런데 4월 들어서 16일까지 19만명이 가입했습니다.


■ "대포통장 반사효과로 업비트 성장"…무슨 말인가 들어봤더니

이렇게 거래소와 연계된 은행들의 계좌수 증가가 큰 차이를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첫번째로는 K뱅크가 인터넷은행이다 보니 온라인으로 쉽게 계좌를 열수 있다는 점이 꼽힙니다. 시중은행들은 창구에 가서 계좌를 개설해야 하는데, K뱅크는 휴대폰에서 모두 처리할 수 있다는 겁니다.

두 번째로는 업비트의 인터페이스가 빗썸보다 사용자들이 쓰기 편하다는 말도 나옵니다.

그런데 금융업계에서는 '대포통장 때문'이라고 얘기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릴까요? 대포통장 때문에 업비트의 계좌수가 늘었다?

설명을 들어보면 이렇습니다. 금융당국은 대포통장을 통한 보이스피싱이나 사기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 신규 계좌 개설을 엄격하게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때문에 계좌 개설이후 20일 안에는 다른 신규 계좌를 만들 수 없습니다. 은행이 요구하는 서류를 제출하지 않으면 하루 이체 한도는 100만원으로 제한됩니다.

이체 한도 제한은 K뱅크도 적용됩니다. 그런데 K뱅크는 공인 인증서를 제시하면 자체 시스템으로 신규 고객의 개인 정보를 긁어와서(스크랩핑), 계좌 한도를 쉽게 풀어 줄 수 있습니다. 물론 시중은행들도 비대면 계좌 개설을 할 수 있고, 온라인으로 이체 한도를 풀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시중 은행들은 금융당국이 대포 통장 발생 건수를 계속 예의주시하기 때문에 인터넷 은행보다는 좀 더 엄격하게 볼 수 밖에 없다고 말을 합니다.

그래서 업비트의 성장 비결을 대포통장 반사효과로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성장과 규제 사이에서 줄타기를 해야 하는 은행들. 자금 세탁을 막기 위한 국제 규약을 지키기 위해 특정금융정보법이 제정되면서 9월부터는 거래소에 실명 계좌를 부여할지도 금융당국이 아닌 은행이 결정해야 합니다. 금융 당국은 가상 화폐는 어떤 자산도 아니고 손실도 보호할 수 없다며 사실상 방치하고 있고, 특금법도 은행들에게 책임을 쥐어주는 모양새입니다.

그러는 사이 틈새를 이용해 돈을 버는 쪽도 있는 법이고요. / 안형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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