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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국군포로에게 줄 北방송 저작권료 송금 경로 밝혀라"…통일부 "공개 못한다"

등록 2021.08.03 17:28

수정 2021.08.03 18:46

법원 '국군포로에게 줄 北방송 저작권료 송금 경로 밝혀라'…통일부 '공개 못한다'

통일부가 법원에 제출한 사실조회 회신서. 통일부는 정보공개법을 들어 대부분 공개할 수 없다고 밝혔다.

법원이 남북경제문화협력재단(경문협)이 북한에 보낸 약 8억 원의 조선중앙TV 저작권료 송금 경로 등을 밝히라고 했지만 통일부가 '공개할 수 없다'며 거부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동부지법 민사1단독 재판부는 지난 4월 국군포로인 원고 측 요청을 받아들여 통일부에 2005년부터 2008년에 걸쳐 경문협이 북한에 보낸 저작권료 7억9000만원의 수령자와 송금 경로에 대한 사실 조회를 요청했다.

하지만 통일부는 약 3개월만인 지난달 13일 사실조회 회신서에서 정보공개법을 근거로 들며 대부분의 요청 사항을 거부했다. 통일부는 “해당 정보는 공공기관의 정보공개에 관한 법률 제9조에 의해 통일 등에 관한 사항이며, 법인의 경영, 영업상 비밀에 관한 정보로 비공개 대상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해 7월 국군포로 한모 씨 등이 북한 김정은을 상대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승소하면서부터 시작됐다. 당시 서울중앙지방법원은 "피고(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김정은)는 원고들에게 각각 2100만원을 지급하라”고 선고했다. 한씨등이 한국전쟁 당시 북한군에 포로로 잡혀 3년 가까이 내무성 건설대에 배속돼 강제노역을 한 점 등이 인정됐다. 법원이 북한 정부의 민사책임을 인정한 것은 처음이었다.

하지만 한씨등은 북한과 김정은에게 배상금을 받을 방법이 없자 경문협이 북한에 지급할 저작권료 등에 대한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을 법원에 신청했다. 경문협은 2005년부터 북한의 저작권사무국과 협약을 맺고 북한 출판물과 방송물 등의 국내 저작권을 위임받아 국내 언론사로부터 저작권료를 대신 징수해오고 있다. 경문협은 2008년까지 저작권료 등을 북한에 송금했지만 2009년부터 대북 제재로 송금이 막히자 저작권료 등을 법원에 공탁하는 방식으로 보관해 오고 있다.

법원은 이를 받아들여 지난해 8월 경문협이 가지고 있는 북한 출판물과 방송물 등의 저작권료에 대한 추심명령을 내렸다. 2017년 1월 1일부터 2017년 12월 31일까지 1억9000만 원에 대한 저작물 사용료에 대해 북한이 가지는 지급청구채권에 대해 추심명령을 내린 것이다.

하지만 경문협은 법원의 명령을 거부했다. 경문협은 지난해 8월 13일 북한 저작물 사용료는 압류금지채권에 해당한다며 채권압류 및 추심명령 항고를 냈다.

그러자 국군포로 한씨등은 지난해 12월 서울동부지법에 추심금 청구 소송을 제기했다. 당시 사단법인 물망초 국군포로송환위원회는 “손해배상 승소 판결 이후 서울중앙지법이 추심 명령을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경문협은 차일피일 미루며 손해배상액 지급을 거부하고 있다”며 소송 배경을 밝혔다.

경문협이 낸 항고는 지난 4월 12일 기각됐다. 재판부는 "집행 채권의 소멸, 피압류 채권의 부존재 등과 같은 실체상의 사유는 적법한 항고 이유가 되지 않는다"며 "(경문협이 주장한) '남북 사이의 투자보장에 관한 합의서'는 정부 사이에 체결된 것으로 국민 개인의 권리행사를 금지하는 것이라고 보이지 않는다"고 이유를 밝혔다.

법원은 이후 지난 4월 23일, 국군포로 한씨등 원고 측 요청을 받아들여 2005부터 2008년 사이 경문협이 북한에 저작권료 7억9000만원을 보낸 것과 관련해 수령자와 송금경로 사실조회서를 통일부에 요청했지만, 통일부는 3개월이 지난 지난달에서야 공개할수 없다고 회신한 것이다.

국군포로 측 구충서 변호사는 "정보공개법 제9조 2항에는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칠 우려가 있다고 인정되는 정보에 관해서만 공개를 하지 않을 수 있다고 나와 있다“며 ”통일부는 정보공개법을 핑계로 아무 근거가 없는 사유를 들어 법원의 사실조회마저 거부했다"고 지적했다.

경문협은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외교안보특별보좌관이 2004년 남북 민간교류 협력을 명목으로 세운 법인으로 임 보좌관은 현재도 이사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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