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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넘사벽' 강남, 비만 오면 왜...

등록 2022.08.09 12:11

수정 2022.08.09 19:38

집값 '넘사벽' 강남, 비만 오면 왜...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지난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주차장이 물에 잠겨 있다. /연합뉴스

■11년 전 데자뷰
8일 밤 9시. 서울 진입을 위해 통과해야 하는 양재동 터널.

차량이 움직이지 않아 40여 분 간 서 있었다.

간신히 터널 밖으로 나오자 입이 떡 벌어졌다.

도로는 물에 잠겨 플라스틱 가드레일이 둥둥 떠다니고, 1개 차선만 겨우 다닐 수 있었는데, 물은 바퀴까지 차오른 상태였다.

몇 분 주행하니, 이번엔 지하터널 앞에서 차들이 움직이지 않았다.

이상하게도, 지상 차선에 서 있던 차들이 일제히 지하터널 진입로 쪽으로 차선을 바꾸려 했다.

한 차는 플리스틱 분리대까지 넘으며 어떻게든 지하로 들어가려고 했다.

그렇게 앞 차들이 사라지고 전방 시야가 확보되는 순간...

보도블록에서 도로로 흙탕물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리고, 도로 위 차들은 물에 휩쓸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모습이 보였다.

빗물이 엄청난 소리를 내며 차 앞 유리창에 쏟아져 밖이 제대로 보이지 않는 상태로 대치동을 통과해, 삼성동 코엑스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왔다.

그런데,,, 이곳 역시 바닥이 온통 흙탕물로 범벅이 돼 내릴 지점을 찾는 게 쉽지 않았다.

신기한 것은...

양재동에서 삼성동까지 오는 동안...

경찰차도 없었고, 통제 인원도 보이지 않았다.

이쯤되니 화가 치밀었다.

지난 2011년 그 난리를 겪고도 아무것도 달라진 게 없단 말인가.

 

집값 '넘사벽' 강남, 비만 오면 왜...
순식간에 허리까지 들어찬 빗물 /연합뉴스

■80년 만의 폭우로 아수라장
80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서울 인천 등 수도권과 충청, 강원도를 강타했다.

서울에선 어제 밤 11시 기준 동작구에 380mm의 물폭탄이 쏟아져 102년 만에 하루 최다 강수량을 기록했다.

서초구(336.5mm), 금천구(332.5mm), 강남구(300mm) 등에도 폭우가 내렸다.

강남에선 테헤란로와 잠원로 등이 물에 잠겨 교통이 마비되다시피했고 일대 지하철역과 강남 고속버스터미널 등에선 침수피해가 잇따랐다.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선 정전 신고도 속출했다.

퇴근길 물바다가 된 강남역 일대에선 한 시민이 쓰레기로 막힌 배수로를 맨손으로 정리하는 모습이 포착돼 누리꾼들에 화제가 되기도 했다.

 

집값 '넘사벽' 강남, 비만 오면 왜...
서울에 집중호우가 내린 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동 한 아파트 주차장이 물에 잠겨 있다. / 연합뉴스

■'상습 침수구역' 불명예
문제는 이번에 피해가 집중된 강남 지역은 이런 물난리가 처음이 아니란 점이다.

강남역 일대는 서울의 대표적인 상습 침수 지역이다.

지난 2010년 9월과 2011년 7월 집중호우 때도 이곳 일대가 물에 잠겼고, 크고 작은 침수피해는 매년 장마철마다 반복되고 있다.

불과 2년 전인 2020년 8월에도 이 곳에선 하수가 역류하는 일이 있었다.

지대가 낮고 인근에 하천이 많은 지형적 특성에 치수 및 하수설계 미흡이라는 관리실패까지 합쳐져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 상태다.

전문가들에 따르면 강남역 일대는 지대가 10m 이상 낮아 역삼 등 주변 고지대에서 내려오는 물이 고이는 항아리 지형이다.

집중호우만 내리면 빗물이 고인다.

여기에 반포천 상류부의 통수능력도 부족한 실정이란다.

가뜩이나 이 일대는 빗물 흡수가 안 되는 아스팔트가 많은데, 인근 강남대로 하수관로의는 경사 방향이 잘못 시공돼 툭하면 침수사태가 발생하고 빗물의 압력을 이기지 못한 맨홀 뚜껑이 열려 하수가 역류하기까지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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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에 잠긴 도로 헤쳐나가는 시민들 /연합뉴스

■1조 4000억 원 투입했다는데...
이미 서울시는 지난 2015년 총예산 1조 4000억 원 규모의 종합배수 개선대책(강남역 일대 및 침수취약지역 종합배수 개선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강남역 등 33개 주요 침수취약지역 수방시설을 확충한단 계획이었지만, 이번 폭우엔 별 효과를 내지 못했다.

예산과 설계 문제 등으로 공사가 지연되기도 했다.

잘못 설치된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배수구역 경계조정 공사는 당초 2016년까지 마무리하겠다고 했지만, 예산과 지장물 이설 문제로 인해 2024년까지로 연장된 상태다.

남부터미널 일대 빗물을 반포천 중류로 분산하는 지하 배수시설인 유역분리터널 공사는 2018년 시작돼, 올해 6월에 끝났다.

하지만 그 방어능력은 이번에 그 한계를 여실히 드러냈다.

30년 빈도(시간당 95mm)의 강우를 방어하는 게 목표여서, 이번 같은 폭우엔 대처하기 어렵단 얘기가 된다.

9일 서울시 등에 따르면 강남구와 서초구 일대에는 전날부터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쏟아졌다.

이러다보니, 강남역 일대 침수 문제는 아직까지도 풀리지 않았다는 평가 마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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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밤 서울 강남구 대치역 인근 도로가 물에 잠기면서 차량과 보행자가 통행하는 데 불편을 겪고 있다. /연합뉴스

■집값 비싼 강남, 미래는...
역설적이게도 이번에 그리고 이전에도 비피해를 겪은 강남 서초 일대는 몸값 비싼 인기 지역이다.

넘사벽의 부동산 가치와 학군 덕분에 이 지역 아파트는 '이른바 똘똘한 한 채'로 통하며 인기를 누려왔다.

그런데 집값 비싼 동네가 자연재해에는 속수무책인 상태로 '피해-복구'를 10년 넘도록 되풀이 하고 있으니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다.


당국 책임론이 고개를 들자, 서울시는 9일 설명자료를 냈다.

지난 2011년 우면산 산사태 이후 오세훈 당시 서울시장이 '시간당 100mm의 집중호우에도 견딜 수 있도록 도시 수해 안전망을 개선하겠다'고 발표했었다는 것이다.

2012년부터 10년간 5조 원을 투입해, 서울시 하수도 관거 용량과 빗물펌프장 등을 늘리고 방재용 대심도 터널을 도입하겠다는 계획이 포함됐다.

서울시는 이어 "그러나 2013년 박원순 시장 취임 이후 대심도 터널 공사를 7곳에서 1곳으로 줄이는 등 수방 대책 관련 예산이 축소됐다"고 부연했다.

행간을 읽으면, 2011년엔 계획을 잘 세워놨는데 이후 예산을 줄인 게 문제라는 뉘앙스다.

다만 자료에서 서울시는 "강남역 일대는 하수관거 개량과 유역분리터널 설치를 마쳐 현재 시간당 85mm의 폭우를 감당할 수 있고, 시간당 95mm의 폭우에도 대비할 수 있도록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그러면서 "이번 폭우는 150년 빈도에 해당하는 천재지변 성격의 시간당 116mm로, 현 강남역 일대 방재성능 용량을 크게 초과해 감당하기 어려웠다"고 했다.

2011년 오세훈 당시 시장이 발표했던 수방대책을 기준으로 하더라도, 또 한 번의 수정이 필요하단 결론이 도출된다.

그런데 벌써부터 시 내부에선 대응 목표를 올려야 한다는 데 공감하면서도 예산 등 현실적인 부분에서 고민하는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2011년 물난리 때에도, 이번 물난리 때에도 서울시정은 오세훈 시장이 이끌고 있는 만큼, 더욱 적극적인 대응책이 나올 법도 한데...

소 잃고 외양간 고치기가 되질 않길 바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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