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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따져보니] 반복되는 강남 물난리…'속수무책' 이유는?

등록 2022.08.09 21:19

수정 2022.08.09 22:27

[앵커]
아무리 집중호우였다지만 서울 강남이 이렇게 물에 잠긴 장면은 그 자체로 충격적입니다. 짧은 시간에, 좁은 지역에 이렇게 집중적인 물폭탄이 쏟아지는건 제 기억에도 없는 일입니다. 피해는 불가피했지만 앞으로 또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 몇가지 따져볼 대목이 있습니다.

홍혜영 기자, 서울 강남 지역이 집중 호우에 유독 취약한 이유가 뭔가요?

[기자]
기본적으로 주변보다 지대가 낮은데요, 오목하게 패인 모양으로, 강남역 일대는 바로옆 서초역이나 역삼역보다 10m 넘게 낮습니다. 그렇다보니 비가 오면 깔대기처럼 강남역 주위로 빗물이 모이는 겁니다.

[앵커]
지형이 그렇다면 미리 충분한 대책을 세웠어야 하지 않습니까? 어떤 문제가 있었습니까?

[기자]
우선 강남대로 하수관로가 잘못 설치된 게 문제였습니다. 강남역 주변과 반포 일대 같은 저지대는 빗물을 인공적으로 끌어올려 내보내야 하는데, 펌프장을 거치지 않고 바로 반포천으로 흐르게 된 겁니다. 반포천의 통수능력도 부족해, 수위가 올라가면 수압이 높아져 빗물이 역류하게 됩니다.

[앵커]
그래서 무거운 맨홀 뚜껑 위로 빗물이 뿜어져 나왔던 거군요?

[기자]
네, 거꾸로 흘러온 빗물의 압력이 그 정도로 엄청난 거죠. 저지대 뿐 아니라 역삼동이나 논현동 같은 고지대 맨홀도 넘치고, 이 물이 다시 저지대로 가는 악순환이 이어지고 있습니다. 

[앵커]
서울시도 손 놓고 있진 않았을텐데, 어떻게 된 겁니까?

[기자]
서울시는 2015년에 종합 대책을 발표하고 1조4000억 원을 쏟아부었습니다. 먼저 하수관로를 바로잡는 공사를 시작했는데, 2016년까지 마무리한다던 공사가 예산과 설계 문제로 2024년으로 지연됐습니다. 서울시 설명 들어보시죠. 

서울시 관계자
"유관기관 시설물 있지 않습니까. 상수도 통신 가스 이런…. 하수관로를 묻으려고 하다 보니까 저희가 생각보다 훨씬 더 많은 지장물들이 땅 속에 매설이 많이 돼 있다보니까…."

[앵커]
지금도 그 공사가 진행중입니까?

[기자]
삼성사옥을 지으면서 하수관로를 잘못 만든 것도 강남역 침수의 원인 중 하나였는데, 2018년에 공사를 마쳤고요. 반포천 상류로 몰리는 빗물을 중류로 분산시키는 빗물터널 공사는 두 달 전에 완공됐습니다.

[앵커]
어제같은 집중호우를 막기에는 그것도 부족했던 거구요

[기자]
서울시는 시간당 85㎜ 수준의 집중호우를 막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30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폭우를 염두에 두고 만든 건데, 115년 만의 물폭탄은 감당이 안 됐다는 겁니다.

[앵커]
그럼 앞으로도 이 정도로 비가 많이 오면 뾰족한 수가 없는 겁니까?

[기자]
빠르게 진행되는 기후 변화를 대책이 따라잡지 못하는 상황인데요, 전문가들은 이런 공사일수록 겉으로 결과물이 보이는 사업이 아니다보니, 특별히 큰 피해가 발생하지 않는 한 시간이 지날수록 후순위로 밀리게 된다고 지적합니다.

조원철 / 연세대 토목환경공학과 명예교수
"이런 인프라 국가기반시설은 돈과 시간이 필요해요. 돈이 1조가 있다고 해서 1조 공사가 1년 만에 끝나느냐, 1조 공사 같으면 10년 이상 걸려요.우리는 시설을 점점 더 개선해 나가고 확장을 해야 되거든요. 그래야 도시의 지속성이 유지가 되는 겁니다."

[앵커]
일리가 있는 말이네요. 선거로 단체장이 바뀌더라도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일 만큼은 여야없이 지속적으로 추진해 주기를 바라겠습니다.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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