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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림처럼 야금야금" 푸틴의 계산된 땅따먹기

등록 2022.09.30 13:35

수정 2022.09.30 13:49

'크림처럼 야금야금' 푸틴의 계산된 땅따먹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 /AP=연합뉴스

2014년 2월 27일.

러시아 군은 크림반도 주요 시설에 무장병력을 투입했다.

친서방 우크라이나 정권에 반발하는 시민저항을 빌미로 삼았다.

'러시아계 주민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붙였다.

곧이어 크림반도 전역을 무력 장악했다.

3월 16일 주민투표가 있었다.

96.6%가 러시아 합병에 찬성했다.

닷새 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합병 문서에 서명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는 우크라이나를 또 침공했다.

도네츠크와 루한스크, 이른바 돈바스 지역의 러시아계 주민들을 보호한다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들 지역은 친러시아 반군이 대부분을 점령하고 있었다.

푸틴은 침공 직전 두 자치공화국의 독립을 승인한다고 선언했다.

러시아 군은 이후 동남부 요충지, 헤르손과 자포리자에 공격을 집중했다.

수도 키이우와 서부 지역을 포격하기도 했다.

하지만 성동격서식 전술, 성서격동(聲西擊東)이라고 서방은 분석했다.

크림반도의 방식을 똑같이 써먹을 거라는 예상이 많았다.

예상대로다.

푸틴은 도네츠크와 루한스크에 더해 헤르손과 자포리자와 합병 조약을 체결했다.

앞서 주민투표에서 러시아 합병에 90% 안팎이 찬성했던 헤르손주와 자포리자주를 독립국으로 선언했다.

자포리자엔 유럽 최대의 원자력발전소가 있다.

6기의 원자로에서 5,700MWe의 전력을 생산한다.

우크라이나 내 전체 전력의 5분의 1에 해당한다.

헤르손은 우크라이나의 곡창지대다.

오데사와 함께 주요 곡물 수출항이기도 하다.

헤르손을 장악하면 우크라이나 수출이 적잖은 타격을 입는다.

곡물 수출을 오데사 한 곳에만 의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미 합병한 크림반도에 더해 헤르손, 자포리자까지 러시아에 넘어가면 우크라이나엔 남부 오데사 일대만 남는다.

야금야금 오데사까지 넘어가면 우크라이나는 바다가 없는, 내륙국 신세로 전락한다.

오늘 합병 조약을 체결한 네 곳은 우크라이나 면적의 15%에 달한다.

면적도 면적이지만, 전기 생산과 곡물 수출로 따지면 우크라이나 입장에선 절반의 국부가 사라진 수준이다.

서방은 주민투표가 조작됐으며 점령지의 강제합병은 국제법 위반이어서 효력이 없다고 주장한다.

러시아를 추가로 제재하는 방안도 추진한다.

하지만 강제로 되찾기 위해선 전쟁 말고는 뽀족한 방법이 없다.

국제사회는 아직도 크림반도를 인정하지 않고 경제제재를 지속하고 있지만, 러시아는 아랑곳 않는다.

푸틴의 계산된 우크라이나 땅따먹기에 서방은 속수무책, 알고도 또 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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