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뉴스9

[따져보니] 끊이지 않는 교제 폭력…못 막는 이유는?

등록 2024.05.08 21:21

수정 2024.05.08 21:24

[앵커]
연인 사이의 교제 폭력은 사랑 싸움이 아닌 엄연한 범죄입니다. 최근엔 지속된 폭행이 살인과 같은 강력 범죄로 이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교제 폭력, 막을 방법은 없는지 따져보겠습니다.

김자민 기자, 지난달에도 교제 폭력에 시달리던 피해자가 숨지는 사건이 있었잖아요?

[기자]
네, 경남 거제에서 발생한 사건인데 피해자 여성은 열흘간 병원에 입원해 있다가 끝내 숨졌습니다. 두 사람은 3년간 교제했고 그사이 11번의 교제 폭력 신고가 있었지만 가해자의 지속된 폭행을 막진 못했습니다. 지난 3월 경기도 화성에선 평소 폭행을 일삼던 남성이 여자친구를 살해하고 피해자의 어머니까지 다치게 한 일이 있었습니다.

[앵커]
뉴스에 보도된 게 이 정도이고 실제 교제 폭력 사건은 훨씬 더 많죠?

[기자]
네, 교제 폭력 신고는 4년새 53%나 늘었고요. 검거된 피의자는 같은 기간 41% 늘어 지난해에는 1만4000명에 가까웠습니다. 하루 평균 38명이 교제 폭력으로 검거된 겁니다.

[앵커]
교제 폭력 특징이 지속적, 반복적으로 행해진다는 거잖아요. 피해자를 가해자로부터 분리 조치하는 방법은 없습니까?

[기자]
교제 폭력은 스토킹이나 가정 폭력과 달리 가해자에게 접근 금지 명령을 내릴 수 없습니다. 교제 폭력은 관련법이 없고 통상 폭행죄 등을 적용하기 때문인데요. 이 때문에 피해자가 경찰에 신고해도 보호 조치를 받기 어렵습니다.

[앵커]
연인 간의 폭력은 법의 사각지대에 놓인거네요. 그럼 법을 개정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기자]
네, 현재 국회에 계류중인 법안들이 있긴 합니다. 먼저 기존 가정폭력방지법의 적용 범위를 교제폭력까지 확대하는 개정안입니다. 또 하나는 교제폭력을 아예 별도의 영역으로 두는 법안입니다. 이 법안들 모두 피해자와 가해자의 분리 조치를 골자로 합니다. 그런데 교제관계의 범위가 법적으로 불명확하다는 이유로 처리가 안되고 있습니다. 교제 여부에 대해 당사자 간 주장이 엇갈릴 수 있고 단순 친구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단 겁니다.

윤정숙 / 한국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젠더 폭력이 중대 강력 범죄로 많이 비화를 하고 있고. 가정폭력 처벌법 적용 대상을 교제 폭력까지 확대하는 쪽으로 법안을 좀 빨리 개정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대안이 아닌가"

[앵커]
해외는 어떻습니까? 교제 폭력에 관한 법이 마련돼 있습니까?

[기자]
미국은 1994년 여성폭력방지법을 제정했고, 교제폭력도 가정 폭력과 같이 이 법에 따라 보호받습니다. 영국은 2014년 클레어법을 제정해 상대의 폭력 전과를 조회할 수 있는 법안까지 만들었습니다. 일본은 2013년 배우자폭력의 범위를 동거 관계로까지 확대했습니다.

서혜진 / 변호사
"교제하는 사이 폭력이라든지 문제들은 가급적이면 사적으로 알아서 해결하라 이런 태도가 있었던 거는 맞아요. 법률이라든지 어떤 공권력이 관계에 개입을 하는 속도가 되게 늦어진 것 같고"

[앵커]
교제 폭력은 더이상 개인의 일이 아닌 사회적 문제잖아요. 논의도 중요하지만 법적 공백을 하루라도 빨리 막는 게 피해자를 보호하는 일인 듯 하네요. 김자민 기자 잘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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