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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SI] "빈병 왜 안받아요?"…'날아간' 빈병 보증금 500억원

등록 2020.08.04 21:37

[앵커]
병에 담긴 음료나 술을 살 땐 소비자가 100원에서 130원 정도 빈병 보증금을 냅니다. 정부가 3년 전 재활용률을 높인다며 보증금을 2배 정도 높인 건데, 그런데 정작 소비자가 슈퍼 등에 빈병을 들고 가면 꺼려하는 곳이 많다고 합니다.

찾아가지 않은 병 보증금이 500억 원에 달하는 수준인데, 매장이 빈병처리를 반기지 않는 이유, 소비자탐사대, 김하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판매처에 빈병을 돌려주면 병값을 내어주는 빈병 보증금 제도. 하지만 돈을 돌려받기가 쉽지 않습니다.

A 씨
"주변에 두세 군데 구멍가게 가 봤는데 거기서는 (빈 병) 안 받더라고요."

B 씨
"동네 슈퍼에선 인상을 써요. 귀찮다는 듯이"

빈병 보증금은 소주병은 100원, 맥주병은 130원입니다. 정부가 빈병 재사용률을 높이려고 3년 전 보증금을 두 배 이상 올렸습니다.

보증금은 주류 가격에 포함돼 소비자가 부담하는데.. 우리가 미리 낸 돈, 보증금을 찾기 위해 매장을 다녀봤습니다. 무겁게 들고 갔지만 받지 않고.

슈퍼마켓
"(빈 병 받아요?) 안 받아요. (왜요?) ..."

갯수를 제한하거나

편의점
"10병씩만 받아요."

요일을 정해주기도 합니다.

편의점
"다음부터는 일요일만 받아요."

조사 결과, 수도권 소매점 1/3이 빈병 수납을 거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빈병이 쌓이면 둘 공간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

편의점
"많이 가져오면 둘 데가 없어요."

슈퍼마켓
"(다른 데서 산 것도 돼요?) 다른 덴 안 돼요."

하지만 업체도 비용 문제로 매일 수거할 수도 없는 상황..

김재웅 / 공병수거업체 관계자
"'열병 있으니까 가져가세요' 그러면 배보다 배꼽이 크니까.. 물량이 쌓이면 (갑니다)"

업체들이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사이 피해와 불편은 소비자에게 돌아갑니다. 소비자가 찾아가지 않은 빈병 보증금은 지난해에만 500억원이 넘습니다. 거의 1억병 어치 보증금이 소비자 손에 들어오지 않은 겁니다.

해법으로 거론되는 것은 아무때나 쉽게 반납할 수 있는 무인 수거기. 빈병 재사용 강국인 독일의 경우 무인수거기가 4만대가 넘고. 빈병 재사용 횟수도 40회에 달합니다.

반면 65곳 뿐인 국내는 재사용 횟수 8회로 독일의 5분의 1수준입니다. 일본 28회와 캐나다 15~20회에도 크게 못미칩니다.

은지현 / 녹색소비자연대 본부장
"(무인수거기가) 많이 보급돼 있지 않습니다. 무인회수기 이런 것들이 있으면 훨씬 효율적으로.."

보증금 반환은 소비자의 권리입니다. 거부시 신고하면 300만원 이하 과태료 처분을 받게 할 수 있습니다.

소비자탐사대 김하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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