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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후 Talk] 위기의 삼성…애초에 '준법감시위'가 답은 아니었나보다

등록 2021.01.21 07:09

수정 2021.01.21 08:04

[취재후 Talk] 위기의 삼성…애초에 '준법감시위'가 답은 아니었나보다

/ 연합뉴스

[징역 2년 6개월 '법정구속']


"국격에 맞는 새로운 삼성을 만들겠다"

지난달 30일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삼성전자 이재용 부회장의 최후진술 중 한 대목이다.

이 부회장은 얼마전 돌아가신 아버지 이건희 회장까지 언급하면 "너무나도 존경하고 또 존경하는 아버님께 효도하고 싶다"며 울먹였다.

하지만 이 부회장은 법원으로부터 실형 선고를 받고 고개를 떨궜다.

이번 판결은 우리나라 재계에 큰 충격을 줬다. 판결 직후 삼성측은 "참담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故 이건희 회장이 말하던 '초일류기업' 삼성의 직원들은 이제 부도덕한 오너 밑에서 일하는 직원으로 퇴색됐을까를 걱정하는 처지가 됐다.

["실형만은 피해보자!" 할수 있는건 다했다]

삼성은 판결전까지 파기환송심 재판부가 말한 '준법 경영'에 회사의 사활을 걸었다. 이 부회장이 대국민 사과를 하고 세습경영도 끊겠다고 선언했다.

정준영 판사 권고에 따라 만든 준법감시위원회의 권고를 반영한 것들이다.

삼성은 평소 삼성에 비판적인 법조인과 시민단체까지 준법감시위 멤버로 받아들였다. 하지만 법원의 판단은 '그걸로는 부족하다'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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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고용 창출, 미래계획 발표]


삼성, 아니 이재용 부회장의 노력은 필사적이었다. 180조원을 투자해 일자리 4만개를 만들겠다고 발표했다. 큰 선거를 앞둔 정치인이나 할만한 거대 공약 같았다.

하지만 결과는 또다시 실형으로 나왔고, 법정구속으로 이어졌다.

재계에서는 이번 판결을 앞두고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을 예측하는 분위기였다. 재계 관계자는 "누구도 예상 못한 재판부의 판결"이라고 했다.

예상을 뒤집고 2년 6개월의 실형이 나오자, "이 부회장으로 하여금 올 성탄절 특사와 같은 희망을 갖게 해주고, 동시에 삼성이 한 약속에서 쉽게 발을 뺄 수 없는 상황을 만들었다"는 말이 나온다.

결국 외부인까지 영입해 시도한 준법감시위는 애초에 삼성에게 필요한 카드가 아니었는지도 모른다.

[오너 부재의 삼성 앞날은?]

지난 2017년 2월 이 부회장이 구속됐을때와 지금의 구속 상황은 다르다.

당시만해도 오너 부재로 인한 현안을 걱정해야 했다면 이제 이 부회장 앞에 놓은 현안은 산넘어 산이다.

아버지 이건희 회장의 별세에 따른 상속세도 당장 4월까지 신고해야 한다.

또 이 부회장이 남은 형기 1년 6개월을 살고 나와도 모든 법적 문제가 해결되는건 아니다.

이미 2015년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건과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바이오로직스 분식회계 혐의도 재판을 앞두고 있다.

삼성의 오너 부재 상황이 얼마나 길게 갈지 어느 누구도 이젠 예측할수 없게 된 것이다.

현 상황에서 이 부회장이 말한 '승어부' 역시 후일을 기약해야 된다.아니, 언제 그 꿈을 이룰지도 기약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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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삼성발 악재에 떨고있는 재계]

"이제 검찰의 칼날이 아니라, 법원의 날카로운 메스를 무서워하는 시절이 왔다"

한 재계 관계자는 이 부회장 판결이후 기자에게 이런 말을 했다.

지금의 대한민국 대기업들은 후계구도와 지배구조 개선이라는 법과 떨어질수 없는 과제들을 가지고 있다.

재계 역시 집유와 실형의 갈림길에 섰던 개인 이재용 보단, 이 부회장이 오너인 기업 '삼성'의 미래를 더 걱정할 것이다. / 박상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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