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의 시대' | 알랭 드 보통 지음 | 문학동네 | 304쪽 | 15000원
눈도 제대로 떠지지 않는 이른 아침. 깨자마자 스마트 폰으로 뉴스를 확인한다. 참 대단도 하지. 신문, 포털, SNS 등 다양한 방법으로 뉴스를 접한다. 일을 하면서도, 밥을 먹으면서도 퇴근길에도 틈틈이. 그리고 잠이 드는 순간까지…. '뉴스의 홍수' 속에 어느새 뉴스에 중독돼 살고 있다.
일상의 철학자 알랭 드 보통은 책 <뉴스의 시대>를 통해 뉴스의 시대를 건강하게 살아가는 법을 이야기한다. 일반 대중에게는 '뉴스를 어떻게 읽어야 할까', 언론사에는 '뉴스를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 인류의 절반이 매일 뉴스에 넋이 나가 있다
"오늘날 우리가 뉴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장소는 지구상에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뉴스는 숙면을 취하지 못하고 아침 일찍 일어난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매일매일 접하고 있는 뉴스를 통해 '삶의 지혜'를 얻을 수 있나? 우리는 뉴스를 보면서 무엇을 얻을 수 있는 지 생각해본 적은 있던가.
'내 삶은 참 안정적'이라는 안도를 얻기위해 부패한 정치인, 타락한 고위공직자, 끔찍한 범죄 기사들을 읽으며 열광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유명연예인의 열애 소식이나 폭행사건에 악의적인 댓글을 달며 답답한 삶의 도피처로 삼는 것은 아닌가 묻는다.
■ 뉴스는 겁먹고 동요하는 대중을 필요로 한다
뉴스는 현실을 선택적으로 빚어낸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의 역할은 더욱 중요하고 막중하다. 알랭 드 보통은 오로지 사실을 나열하기 급급한 현 저널리즘의 행태를 비판한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기사와 연예인의 가십거리 기사가 조회수가 높은 것은 비단 대중의 눈높이가 낮고 천박해서 일까? 작가는 가치 있고 호소력 있는 방식으로 콘텐츠를 만들어내지 못하는 언론의 무능력을 꼬집는다.
■ 어떻게 보고, 어떻게 만들까
전시회에서 명화를 볼 때 우리는 한 1m 쯤 떨어져서 천천히 그림을 감상한다. 명화를 감상하든 뉴스도 한발자국 떨어져 봐야한다. 마음속에 원근감을 가지고 뉴스를 접하면 이내 어떤 것도 전적으로 새로운 것도, 정말로 무시무시한 것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가끔은 스마트폰을 과감히 끄고, 뉴스로부터 철저하게 도망가 정말 중요한 이야기가 무엇인지 볼 수 있는 안목을 키울 필요가 있다.
뉴스공급자는 정처 없이 떠도는 정보의 조각들 속에 감춰져있는 논리를 끄집어 내야한다. 사실을 모으는 단순한 능력이 아니라 그 사실들의 타당성을 알아내는 지적편향을 통해 갈고닦은 기술을 발휘해야한다. 더 나은 나라를 만들 수 있는 ‘길’을 제안하려는 목적으로….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은 민주주의의 부수적 존재가 아닌 보증인이 되어야 한다.
알랭 드 보통이 제시한 '뉴스 매뉴얼'은 완전히 새롭거나 기발하지는 않다. 하지만 뉴스의 홍수 속에서 헤엄치며 헐떡이는 모습을 비춰보게 한 점은 의의가 크다. 논란의 여지가 있겠지만 이 책을 통해 '뉴스가 가야할 방향'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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