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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심층분석] '신의 직장' 공공노조의 성과연봉제 파업, 이유와 전망

등록 2016.09.2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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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최근 공공노조가 연쇄적으로 파업하고 있는데, 경제부 최현묵 차장과 이 문제 짚어 보겠습니다. 오늘 철도, 지하철 노조 연대파업으로 시민들이 불편을 겪었습니다. 서울대병원도 파업에 돌입했죠. 지하철 파업 등으로 교통대란은 일어나지 않았지만, 앞으로장기화하면 여러 문제가 발생하겠죠? 

[기자]
파업이 장기화하면 교통대란이 불가피합니다. 더 심각한 건 인명사고의 우려입니다. 2013년 철도민영화 반대 파업때 80대 할머니가 전동차에서 내리던 중 열차 문에 발이 끼인 채 끌려가다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당시 열차 출입문 개폐 등을 담당했던 승무원은 정규직 대신 투입된 교통대학 재학생이었습니다. 철도와 지하철의 경우, 공익사업장으로 지정돼 있어서 파업 때도 최소한의 필수유지 인력은 업무를 계속합니다. 하지만 파업이 장기화하면 직원들의 피로도가 쌓이기 때문에 대체인력 투입이 늘어나고 이 경우 2013년과 같은 사고가 발생할 우려가 커집니다.

[앵커]
철도의 경우, 이미 화물열차 운행은 평상시의 30% 수준으로 떨어지는 등 문제가 불거지고 있죠?

[기자]
그렇습니다. 코레일은 KTX나 출퇴근 전동차 운행은 최대한 정상운행하기 위해 파업으로 부족한 일손을 화물열차에서 빼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파업이 장기화하면 할수록 화물 물동량은 더 줄어들어서 물류대란이 우려됩니다. 물론 컨테이너를 화물차로 이동할 수 있지만 이렇게되면 화물차 운송 단가가 올라가는 부작용이 생깁니다. 이미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수출기업들이 물류대란을 겪는 가운데 엎친데 덮친격이 되는 겁니다.

[앵커]
앞서 금융노조도 23일 하루 파업을 벌였습니다. 파업참가율이 15%에 그치면서 금융대란은 없었지만, 일부에선 ‘귀족 노조의 파업’이란 얘기가 나왔죠?

[기자]
실제 청년들에게 가장 취직하고 싶은 직장을 물어보면 삼성 현대차같은 대기업과 함께 이번에 파업에 나선 금융기관, 공공기관을 꼽습니다. 고용이 안정돼 있고, 평균 연봉도 대기업 평균보다 월등히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지난 23일 파업을 벌인 금융노조의 경우, 평균연봉이 8800만원으로 대기업 평균임금 6000만원보다 46%나 높습니다. 코레일도 평균연봉이 6000만원에 육박합니다. 고임금을 받는 귀족노조가 ‘밥그릇’ 지키기에 나섰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입니다.

[앵커]
성과연봉제가 파업의 원인이 되고 있다는 건 알겠는데, 과연 어떤 건지 좀 쉽게 설명해주시죠. 

[기자]
성과연봉제란 일 잘하는 사람은 그만큼 더 받고, 일 못하는 사람은 덜받게 하자는 겁니다. 현재는 능력이나 업무성과에 관계없이 연공서열에 따라 임금이 높아지는 호봉제를 채택하고 있는데, 이를 선진국들처럼 바꾸자는 겁니다.

[앵커]
그런데 노조 입장에서도 파업기간 중 임금을 못받는 걸 각오하고 파업에 나선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겠죠. 노조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이토록 반대하는 이유는 뭡니까?

[기자]
파업을 주도하고 있는 노조들은 성과연봉제를 ‘해고연봉제’라고 부르며 총파업에 나섰습니다 공공부문의 특성상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별하는 것에 무리가 있고, 또 저성과자로 낙인 찍히면 결국 해고의 수순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우려하는 겁니다. 노조 입장에선 충분히 제기할만한 문제입니다만, '신의 직장'에 다니는 공공기관과 금융노조원들이 파업까지 벌이는 것에 대해선 국민들의 시선이 곱지 않은 겁니다.

[앵커]
정부는 철도 노조의 성과연봉제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하며 강경 대응 입장을 밝혔습니다. 정부가 이토록 성과연봉제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는 뭡니까?

[기자]
'철밥통'을 깨서 청년층에 일자리를 주자는 겁니다. 저성과자에게 지급하는 임금 상승을 최소화하면 그만큼 인건비에 여유가 생겨서 심각한 실업난을 겪고 있는 청년층에게 일자리가 돌아갈 수 있다고 보는 겁니다. 또한 호봉제를 성과연봉제로 바꾸는 것이 노동시장 개혁의 핵심 이슈라고 보고 있습니다. 일본도 경제가 가장 위기 상황에 빠졌던 90년대에 호봉제를 성과 중심으로 바꿔서 위기 극복에 도움을 받았다는 점 역시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에 적극적인 이유입니다.

[앵커]
노조와 정부가 성과연봉제 도입을 놓고 대립하는 상황은 마주보고 달리는 기관차가 연상되는데요. 사태가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까요?

[기자]
내일도 서울대병원, 지하철, 철도 파업이 이어집니다만 '대란'까지는 벌어지지 않을 걸로 보입니다. 정부 집계에 따르면 지난 금융노조 파업 참가율이 15%에 그쳤고, 철도노조의 경우도 오늘 파업 첫날 참여율이 31%에 그쳤습니다. 노동계에선 고임금 공공기관 직원들의 파업에 대한 국민여론이 곱지 않고, 2013년 철도파업 당시 수백명이 징계를 받은 학습효과 때문에 장기화하진 않을 거란 관측이 많습니다. 하지만 일각에선 철도노조 입장에서 성과연봉제 철회가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파업을 그만둘 명분이 없어서 의의로 장기화할 수 있다는 경계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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