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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판 포커스] 장애인이 없는 나라

등록 2017.01.09 20:56 / 수정 2017.01.09 2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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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우리나라 국민 20명 가운데 1명은 장애인입니다. 그런데 오늘, 거리에서 몇 명의 장애인과 마주치셨습니까. 저는 한 분도 못 뵀습니다. 장애인들은 눈치가 보이고, 괜히 민폐만 끼치나 미안해지기까지 해서, 집 밖을 나서기 꺼려진다고들 합니다. 그러니 장애인은 장애인만의 세계에 갇히고, 거리에선 장애인 보기가 힘듭니다. 장애인의 90%는 후천적 질병이나 사고로 장애를 얻었습니다. 나 자신이나 우리 가족에게도 닥칠 수 있는 문제입니다.

판 포커스, 장애인이 없는 나라입니다.

[리포트]
지체장애 1급 전상실 씨, 큰 맘 먹고 외출을 합니다. 버스가 왔는데,

버스기사
"이 차는 못타요. (휠체어 탈 수 있는 차는 언제오죠?) 뒤에, 뒤에, 뒤에…."

탈 수가 없습니다.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버스가 왔지만,

버스기사
"(작동이 안 되는 건가요?) 네"

기계가 먹통입니다. 뒤에선 다른 버스들이 출발을 재촉하고, 결국 포기해버립니다.

전상실 / 지체장애 1급
"보내야 되겠다. 안 될 것 같아요."

지하철도 힘듭니다. 휠체어 앞바퀴 지름이 12㎝입니다. 그런데 전동차와 승강장 사이 간격이 20㎝에 가깝습니다. 안전 발판도 불안하고 위험합니다.

전상실 / 지체장애 1급
"(다음에 오시겠어요?) 별로 안 오고 싶어요." 

장애인 같은 교통 약자의 보행권 강화를 위한 관련 법들이 있긴 하지만 현실에선 수많은 턱에 가로막혀 장애인들은 밖으로 나갈 엄두를 못내고 있습니다.

밥 먹기도 힘이 듭니다. 식당 문턱은 높고, 경사로는 가파릅니다. 간신히 들어가도 장애인이 앉을 곳은 많지 않습니다.

음식점주
"휠체어가 올라올 수 없잖아요. 여기는 이렇게 앉아서 드시는 데라" 

이 식당에선 장애인들이 이용하는 데 필수인 장애인 화장실과 휠체어 진입로도 보이지 않습니다. 오늘도 장애인들은 눈칫밥으로 배를 채웁니다.

김병국 / 광주시 두암동
"도움을 요청해도 시큰둥하고 웬만하면 가줬으면 하는 그런 뉘앙스를 보이기 때문에 자존심이 상하고"

장애인구 250만명. 국민 20명 중 1명은 장애인입니다. 하지만 거리만 보면, 대한민국은 장애인이 없는 나라입니다.

김풍석 / 서울 봉천동
"많이 보지 못하니깐 100명 중에 5명 정도인줄은 몰랐어요."

플로리안 / 독일
"잘 기억은 안나지만 한 명도 못봤네요. 독일에선 휠체어 타거나 눈이 안보여 지팡이를 든 사람들 사람들을 많이 봤죠."

이동이 힘드니 교육, 취업, 모든 게 힘듭니다. 

집 앞 5분 거리에 일반 초등학교를 두고 40분 넘는 거리를 등교하고 있는 하은이도 마찬가지입니다. 뇌성마비를 앓는 9살 하은이, 꿈은 경찰관입니다.

송하은 / 경기 부천
"수사하고 또 지문 채취는 (사무실) 안에서 할 수 있지."

그러나 1년 만에 일반 학교 통학을 포기했습니다. 특수학교 교육 만으로 꿈을 이루는 데 충분한 준비가 될지, 부모 마음은 걱정 뿐입니다.

하은이 어머니
"선생님이 '하은이는 어차피 눈 안 보이고 글씨 잘 못쓰니깐 손가락으로 책상에다 그냥 쓰는 연습을 하라'고.."

자폐장애인 김재익 씨는 어렵게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하지만 3년째 직업 교육만 받고 있습니다.

김재익 / 자폐성장애 3급
"자기소개서는 1000번 넘게 썼습니다. 장애인들의 취업은 여전히 열악하다." 

장애인 실업률은 7.9%로 국민 전체 보다 배나 높고, 그나마 일자리도 안마, 행정 도우미 등 단순 노무직이 대부분입니다.

김재익 / 굿잡일자리센터 소장
"정부가 고용장려금을 줄이기 시작했습니다. 줄이다보니까 해고당하는 사람들(장애인)…"

장애인 배려가 부족한 대한민국, 장애인을 '그들만의 세계'에 가두고 있습니다.

판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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