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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호의 앵커칼럼] 트럼프와 언론

등록 2017.01.23 20:45 / 수정 2017.01.23 20: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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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봉투를 뒤집어쓴 사람이 백악관 기자실에 나타납니다. 

매커리 / 전 백악관 대변인 (1997년 10월)
"오늘 브리핑은 익명의 소식통으로 합니다." 

클린턴 때 대변인 매커리입니다. '익명 소식통'을 인용한 미확인 보도를 애교있게 야유한 겁니다. 그는 재치 넘치는 명 대변인이었습니다. 

트럼프 백악관의 스파이서 대변인은 첫 브리핑부터 으름장을 놓습니다. 

숀 스파이서 / 백악관 대변인
"취임식의 열광을 깎아내리려는 시도는 매우 부끄럽고 잘못된 겁니다. 월요일에 봅시다." 

그는 질문도 안 받고 나가버립니다. 미국엔 새 정부 출범하고 백일 동안은 언론과 의회가 너그럽게 봐주는 ‘허니문’ 관례가 있습니다. 선거를 치르며 쌓인 앙금도 풉니다. 지지율도 80퍼센트까지 나옵니다.

클린턴도 처음엔 언론과 사이가 나빴습니다. 기자들의 공보실장실 출입을 막고, 대중 연설과 대화에 주력합니다. 그랬다가 허니문 끝나자마자 지지율이 30%대로 곤두박질칩니다. 부랴부랴 공보전략을 바꾸고 매커리를 대변인으로 기용해 만회합니다. 

트럼프는 취임 전 지지율부터 44%로 최악입니다. 취임 후 첫 공식 일정에서 언론과의 전쟁을 선포합니다. 

도널드 트럼프 / 美대통령
"잘 알다시피 저는 언론과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그들은 지구상에서 가장 정직하지 않은 인간들입니다." 

허니문이고 뭐고 없습니다. 아이젠하워는 취임사에서 "미국은 인류 운명에 깊이 개입돼 있다"고 했습니다. "자유세계 지도자 미국은 사납지 않으면서 단호하고, 나약하지 않으면서 화합하고, 오만하지 않으면서 자신감 넘쳐야 한다"고 말합니다. 

그러나 트럼프는 사납고 오만합니다. 취임사에서 '미국'이라는 단어를 서른네번, '우리’를 여든여덟번 말합니다. 미국 상품을 사고 미국인을 고용하라고 다그칩니다. 미국은 모든 걸 녹여내는 용광로입니다. 모두가 함께 연주해야 아름다운 오케스트라입니다.
하지만 트럼프는 인종, 종교, 계층, 남녀를 갈라 증오를 부추깁니다.

닉슨은 캘리포니아 주지사 선거에서 지자, 기자들에게 저주하듯 선언합니다. "여러분은 더이상 닉슨을 괴롭히지 못한다. 이게 내 마지막 회견이니까." 하지만 12년 뒤 언론이 밝혀낸 워터게이트로 몰락합니다.

옳은 이념, 바른 정책은 언론이 아무리 발을 걸어도 살아남습니다. 언론에 재갈을 물려도, 빗나간 주장, 그른 행보는 힘을 잃게 마련입니다. 앵커칼럼 ‘트럼프와 언론’이었습니다.

*허니문(Honeymoon) 새 정부가 출범하고 100일 정도 정부와 언론·의회가 밀월 관계 유지하며 선거기간 쌓인 앙금 푸는 관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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