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사회

[현장추적] '30만원짜리 엉터리 책' 국공립 도서관도 납품

등록 2017.02.08 20:41 / 수정 2017.02.08 20:50

  • 페이스북
  • 트위터
  • 이메일보내기
  • URL복사


[앵커]
뉴스 판은 얼마 전, 출판사가 엉터리 책을 만들어 한권에 30만원씩 받고 대학 도서관에 납품한 실태를 보도한 적이 있습니다. 잠시 보시죠... 그런데 이런 책이 세금으로 운영되는 국공립 도서관에도 대량 납품됐습니다.

이재중 기자의 현장추적입니다.

[리포트]
서울시가 세금으로 운영하는 서울도서관. 그런데 이곳에 1년에 한 번도 꺼내보지 않는 책이 서가대에 가득합니다. 한국 특허연구원에서 펴낸 연감입니다. 전국지역축제연구소에서 펼처낸 연감도 있습니다. 이쪽에는 화장품연감도 있습니다. 연감마다 다르게 적힌 발행 단체는 모두 실체가 없는 곳입니다. 이름이 서로 다른데도 주소는 모두 같습니다.

식약처관계자
"확인해봤고요. 없대요. 한국화장품연구원이라는 데는."

책 내용을 분석해봤더니 절반 이상이 관계 법령이고 나머지는 지나간 정부 보고서를 짜깁기한 수준입니다.

노동조 / 교수(상명대학교 문헌정보학과)
"여러 기관 이름으로 다양한 형태의 연감이 발행된다는 것은 의심해볼 소지가..."

엉터리 책은 서울도서관에만 230여권, 서울대학 등 수도권 국공립대학교 5곳 670여권 등 취재진이 확인한 것만 1천여권, 1억7000만원어치에 달합니다.

이범구 / 대학생
"한권에 수십만원 들여서...등록금이 아깝다는 생각이 듭니다"

엉터리 책을 납품한 출판사를 찾아가 봤습니다. 매년 고가 연감 수십종을 펴낸 곳이지만 좁은 사무실에 직원은 한 명밖에 안 보입니다.

업체
"우리는 특수책이라서..." (위원회나 학회가 있나요?) "아니 없어요...나가세요."

이런 출판사는 한두 곳이 아닙니다. 대부분 저작권 없는 인터넷 자료를 마구 받아 싸게 제작합니다. 통일부에서 발행한 북한 인명록입니다. 저작권이 없는 자료인데 책으로 한 번 만들어 보겠습니다.

인쇄 업체
"한 권에 한 8천원에서 만원?"

 책이 나왔습니다. 제작비 만원으로 정가 30만원짜리 책을 만들었습니다. 이제 간단한 절차를 거쳐 1인 출판사 등록을 마치고, 도서 번호를 부여받으면 납본과 도서 신청이 가능해집니다.

알바를 동원해 도서관에 희망도서로 신청하거나 국립중앙도서관에 기록물로 납본하고 수십배 이득을 챙기는 겁니다. 엉터리 책 도서관 납품은 업계에선 공공연한 비밀.

출판문화협회 관계자
"사서들이라면 이게 어떤 책이라는것들도 대부분 알테고..."

하지만 도서관 측은 현실적으로 막을 방법이 없다는 입장입니다.

서울도서관 관계자
"책을 살 때 하나하나 안을 들춰보고 살 수가 없잖아요..."

공립 도서관 엉터리책 구매에 세금이 줄줄 세지만, 당국은 정확한 실태 파악조차 못하고 있습니다.

TV조선 이재중입니다.

Copyrights ⓒ TV조선.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제보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