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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윤정호 앵커칼럼] 삼성이 갈 길

등록 2017.02.17 20:38 / 수정 2017.02.17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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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초년병 사회부 기자였을 땐 야근하다 법원 당직실에 꼭 들렀습니다. 당직실 책상엔 판사가 발부한 구속영장이 쌓여 있었습니다. 그걸 뒤적여 기사거리를 찾는 겁니다.

그 시절엔 영장이 거의 백퍼센트 발부됐습니다. 당직판사가 저녁 약속이 있으면 법원 주사에게 도장을 맡기고 간다는 우스개도 있었습니다.

1997년 영장실질심사가 도입됩니다. 영장판사는 피의자가 도망치거나 증거를 없앨 위험이 있는지, 범죄가 중대한지 심사해 구속 여부를 결정합니다. 기각률이 30%를 넘을 때도 있었고 요즘엔 18%쯤입니다.

유무죄는 재판에서 가려집니다. 그래도 영장 발부가 지닌 의미는 작지 않습니다. 검경이 제시한 혐의가 웬만큼 소명됐다고 판단한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이재용 삼성 부회장에 대한 영장을 발부한 판사도 마찬가지입니다. "뇌물 혐의와 증거를 종합할 때 구속 사유와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밝혔습니다. 

뇌물 준 사람이 있으면 받은 사람이 있게 마련입니다. 특검은 박근혜 대통령을 뇌물혐의로 정조준할 수 있게 됐습니다.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습니다. 

삼성은 "눈앞이 캄캄하다"고 했습니다. 리더십 공백과 기업 이미지 추락을 걱정합니다. 투자의 귀재 워런 버핏은 늘 "바보라도 경영할 수 있는 회사에 투자하라"고 말합니다. 삼성 역시 총수가 자리를 비웠다고 굴러가지 않을 조직이라곤 믿지 않습니다.

대주주와 관련된 사건이나 대주주의 독단 경영이 기업에 큰 손해를 끼치는 것을 오너 리스크라고 합니다. 영어사전에도 없는 단어입니다. 소유와 경영이 오너에게 집중된 한국적 현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부회장은 2008년 삼성 특검에 출석하면서 말했습니다. 

"(국민이) 저와 삼성에 대해 많은 걱정과 기대를 하고 계신 점 잘 듣고 있습니다."

잘 알면서 고치지 않은 게 화근입니다. 앞으로 삼성이 가야 할 길도 이 부회장의 청문회 발언에 있습니다. 

"우리 고객사들한테 인정을 받아야지 제가 경영자의 한 사람으로서 자립하는 거지… 저보다 훌륭한 분이 있으면 얼마든지 경영권을 넘기겠습니다"

그 약속을 또 잊으면 삼성의 불행은 다시 닥칠 겁니다.

앵커칼럼 '삼성이 갈 길'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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