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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윤정호 앵커칼럼] 입과 입술

등록 2017.02.20 20:41 / 수정 2017.02.20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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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김정일이 1983년 중국을 방문해 덩샤오핑을 비롯한 지도부와 면담합니다. 개혁-개방 바람이 불어닥친 도시와 기업들도 구경합니다. 중국은 김정일을 불러 김일성의 후계자감인지 알아보면서 개방정책을 따라하라고 권한 겁니다.

그러나 김정일은 평양에 돌아가 중국을 맹비난합니다. "중국엔 사회주의와 공산주의가 완전히 없어졌다. 있는 건 수정주의뿐이다."

덩샤오핑이 이 말을 전해듣고 탄식합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철부지 때문에 중국의 운명이 위협받는 사태가 올지 모른다."

김정일은 김정은을 후계자로 세우고 1년 사이 중국을 세 차례나 찾아갑니다. 세자 책봉을 윤허받으려는 거였지만 중국은 차가웠습니다.

위키리크스가 폭로한 외교전문에서 주중 미국 외교관들은 "중국이 개방론자 김정남을 후계자로 원한다"고 보고했습니다.

중국은 김정일이 죽고서야 마지못해 ‘김정은의 영도’라는 말로 후계체제를 인정합니다. 하지만 아직도 김정은을 중국으로 부르진 않고 있습니다.

김정남 피살소식이 알려지고 나흘 뒤, 중국이 북한산 석탄수입을 중단했습니다. 공짜로 주는 원유와 함께, 북한정권 생존을 도와주는 양대 돈줄 중에 하나를 틀어막은 겁니다. 대북제재를 시늉만 해온 중국으로선 이례적인 강경책입니다. 미사일 발사에 독극물테러까지 저지르자 더는 못 참겠던 모양입니다. 

중국 내에 북한을 싫어하는 혐북론이 등장한 지 오래됐습니다. 관변학자들도 "대북정책을 바꿔야한다"는 북한 포기론을 공공연히 말합니다. 하지만 마오쩌둥이 6.25때 중공군을 보내면서 한 말, 순망치한을 기억할 필요가 있습니다.

'입술이 없으면 이가 시리다…' 북한이 무너지면 중국이 위험하다는 얘기입니다. 이만큼 북중관계를 잘 설명하는 표현도 드뭅니다.

한중 외교장관이 다시 사드문제로 맞섰습니다. 싸늘한 얼굴로 외면한 채 손만 잡은 왕이 외교장관 모습에서 중국의 진면목을 봅니다. 석탄 수입금지가 또 언제 흐지부지될지 모릅니다. 

중국에게 김정은은 김정일보다 더 골치 아픈 철부지일 겁니다. 중국은 덩샤오핑이 했던 걱정을 되새길 일입니다. 입술이 계속 덧나고 곪으면 이빨뿐 아니라 입 안이 다 망가집니다.

앵커칼럼 '입과 입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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