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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윤정호 앵커칼럼] 사랑은 어디에나

등록 2017.03.24 20:40 / 수정 2017.03.24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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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러브 액추얼리'입니다.

"9.11 테러 때 세계무역센터로 돌진하던 항공기에서 승객들이 친구와 가족에게 남긴 전화 메시지는, 증오도 복수심도 아니었다. 모두 사랑을 전하는 메시지였다… 찾으려고 하면 사실 사랑은 어디에나 있다."

9.11 때 해군 조종사 출신 승객이 아내에게 남긴 음성 메시지 들어보시지요.

"모든 것을 다해 당신을 사랑하오. 하늘나라에서 다시 만나요. 안녕."

삶의 끝에서 가장 소중하게 떠오르는 게 바로 사랑입니다. 보름 전 뉴욕타임스에 베스트셀러 작가 로즌솔이 "내 남편과 결혼할 사람을 찾는다"는 칼럼을 썼습니다.

"남편은 특별한 남자입니다. 퇴근길에 장을 봐와 저녁을 차려주는 로맨티스트, 키 크고 잘생겨서 누구나 반할 남자입니다."

그녀는 말기암의 극심한 고통과 싸우느라 한 달 넘게 음식도 제대로 못 먹은 상태였습니다. 로즌솔은 지난주 숨졌습니다. 칼럼은 남편에게 안간힘 다해 바친 마지막 사랑 고백이었던 겁니다. 

2003년 불길에 휩싸인 대구 지하철에선 엄마가 딸에게 문자를 보냅니다. "가방이랑 신발이랑 못 전해주겠네. 돈가스도 해주려 했는데, 미안. 내 딸아 사랑해."

아빠가 아들에게 당부합니다. "공부 열심히 하고 착하게 커라. 미안해."

모로 누운 채 떠오른 세월호는 참혹합니다. 긁히고 찌그러지고 녹슬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드러난 선실 창문들을 보며 거기 갇혔던 아이들을 생각합니다. 

바닷물이 차오르는 선실에서 딸이 얼굴을 찍어 엄마 전화기에 띄우며 말합니다. "엄마 안녕, 사랑해."

아들은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 고백합니다. "엄마, 말 못할까봐 미리 보내놓는다. 사랑해."

연극반 아이가 남긴 말도 ‘사랑한다’였습니다. "연극부, 다들 사랑해.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용서해줘." 아이들이 담임 선생님과 나눈 대화방 문자도 "전부 사랑합니다"로 끝납니다.

아이들은 질식하도록 밀려드는 두려움 속에서도 못다 한 말 '사랑'을 떠올렸습니다. 이렇게 고운 아이들을 지켜주지도 구해주지도 못한 모든 어른이 죄인입니다. 

다시 주말이 왔습니다. 가족과 함께하는 시간입니다. "사랑한다"는 말 꺼내기가 어색하면 슬쩍 문자로 건네는 건 어떨지요. 정 낯간지러우면 입안에서 가만히 되뇌어보는 것도 괜찮을 겁니다.

앵커칼럼 '사랑은 어디에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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