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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판 포커스] 조현병 80%가 방치…"'공포의 질환' 낙인 두려워"

등록 2017.04.13 19:53 / 수정 2017.04.13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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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생면부지의 여성을 무참히 살해한 강남역 살인사건 피의자에게 오늘 대법원이 징역 30년을 확정했습니다. 조현병으로 인한 심신상실 상태는 인정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이런 강력범죄자들의 조현병 이력이 거론될 때마다, 조현병 환자들은 자신들에게 '잠재적 범죄자'라는 낙인이 찍힐 것을 걱정하고 있습니다. 충분히 치료가 가능한 병이지만, 이런 사회적 낙인 때문에 병을 숨기고, 방치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판 포커스에서 그들의 목소리를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 2016.5.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피해 여성을 추모하는 물결이 엿새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김모씨 / 피의자
"(범행을 후회하시나요?) "그런 질문에 대해서는 잘 모르겠습니다"

# 2016.6. 수락산 살인 사건
"'수락산 살인' 사건 피의자가 정신질환의 일종인 조현병 약을 복용했던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 잇따른 강력범죄
(작년 6월 4일)
소리를 지르며 경찰관에게 주먹을 휘두릅니다.

"수갑 채워 이 XX야. 수갑채웁니다. 예"

경찰 조사 결과 한씨는 조현병을 앓고 있었습니다.

(3월 25일)
"정신질환을 앓는 30대 아들이 아버지를 폭행해 숨지게 하는 사건이 발생했습니다"

(4월 11일)
"70대 노모를 살해한 40대 남성이 경찰에 붙잡혔습니다. 이 남성은 조현병 치료를 받고 있었습니다"

# 조현병=범죄?
17년전. 이정하씨에게 자꾸 헛것이 보이고, 환청도 들리기 시작했습니다. 진단은 조현병. 직장을 관두고, 집에 틀어박히자 우울증이 찾아왔습니다. 가족들마저 등을 돌렸습니다.

이정하
"정신병원에 강제 입원 시켜버린 거예요. 악화가 된 거죠. 제가 겪는 질환에 대해서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씨는 마음을 다잡고 치료를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이제, 거의 완치됐습니다. 이씨와의 대화에선 병세를 전혀 눈치 챌 수가 없었습니다.

이정하
"도와주면 충분히 남들과 같은 일상적인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거죠"

39살 김모씨. 10년전부터 조현병을 앓았습니다. 줄곧 방치하던 병, 치료 시작 석 달만에 병세가 눈에 띄게 달라졌습니다.

김OO(가명) / 조현병 환자
"정신병원하면 굉장히 부정적이었어요. 치료를 잘 받으면 나도 정상생활이 가능하겠구나 하는 생각이..."

# 방치되는 조현병
강력범죄자들의 조현병 이력이 부각되면서, '공포의 병'이란 낙인이 찍혔습니다.

조현병 환자 부모 A
"고정관념 있잖아요. 무슨 죄를 받아서 이런 병이 생겼나라든가 아주 몹쓸 병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조현병 환자는 병을 쉬쉬합니다. 그렇다보니 조현병 환자 11만 명 가운데, 80%가 적절한 치료를 받지 않은 채 방치돼 있습니다.

조현병 환자 부모 B
"(치료 후) 좋아졌고, 취업을 하고 있는 사람들 마저도 자기가 불이익을 당하니깐 발표를 안 하고, 식구들이 쉬쉬하는 거죠."

조현병 환자 10명 중 3명 이상은 우울증까지 얻게 됩니다. 일반 유병률의 6배가 넘습니다. 자살생각을 하는 경우도 67%에 달합니다. 

조현병 환자들은 증세가 나타난 뒤 평균 1년 반 뒤에야 병원을 찾습니다. 치료의 '골든타임'을 놓치고, 병을 키우는 겁니다.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선 증세가 나타나면, 2주 안에 병원을 찾을 수 있도록 정부가 나서서 관리해줍니다.

최성구 / 국립정신건강센터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
"최대한 빨리, 약물과 다른 여러가지 심리적, 신체적 치료를 동시에 제공하면 치료효과가 훨씬 높고 사회복귀 가능성도 높고.."

사회적 편견과 무관심이, 조현병 환자들을 오히려 사회밖으로 내몰고 있는 건 아닌지, 판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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