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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현장 추적] 이틀에 한명 '버려지는' 아이들…베이비박스 가보니

등록 2017.04.21 20:06 / 수정 2017.04.21 2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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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버려지는 아기를 보호하려고 만든 베이비 박스. 이곳에 이틀에 한 명꼴로 아기가 맡겨진다고 합니다. 영아 보호인지, 영아 유기 조장인지 베이비박스를 둘러싼 논란은 여전한데요.

한송원 기자가 그들의 속사정을 들어봤습니다.

[리포트]
갓난아기를 품에 안은 젊은 여성이 교회 벽 쪽으로 다가갑니다. 작은 문을 열고 아이를 넣은 여성, 계단에서 한 번 주저하는가 싶더니 이내 제 갈 길을 갑니다. 아이를 키울 수 없는 여성이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맡기는 모습입니다.

베이비박스 옆에는 이렇게 이름과 출생일 등 아이의 최소한의 정보를 남기도록 한 카드가 준비돼 있습니다. 문을 열어보면 깊이는 두 뼘 정도로 딱 신생아만 들어갈 수 있는 크기이고, 열선이 있는 담요가 깔려있습니다.

태어난 지 하루만에 엄마와 이별한 아이는 사흘 뒤 보육원으로 넘겨졌습니다.

이채원 / 베이비박스 직원
"아프지 않기를, 미래에 좋은 일만 생기기를 기도하면서 보내죠."

베이비박스는 2009년 서울의 한 교회에서 처음 만들어져 전국에 두 곳 있습니다.

사정상 키울 수 없는 아이를 유기하지 말고 넣어두면 보육원에 맡기거나 입양을 연결해줍니다.

베이비박스를 찾는 사연은 제각각입니다. 원치않는 임신을 한 여고생부터 결혼을 반대하는 부모가 아기를 빼앗다시피 데려가 맡겼다는 미혼모,

미혼모
"산후조리원 나오고 아빠가 데릴러 왔는데, 집에 가는 줄 알았는데 베이비박스간다고…"

혼자 출산해 집어넣은 산모도 있습니다.

이종락 목사 / 베이비박스 운영자
"(아기들이) 탯줄을 달고 들어오고 태반을 달아서 들어오고 흙이 묻어서 들어오고..."

열명에 한명 꼴로 다행히 산모가 마음을 돌려 아이를 다시 찾아가기도 합니다.

A씨 / 아기 되찾은 미혼모
"갈등도 많고 고민도 많았는데 애기보고...내가 이녀석 잘 키워야지"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기는 연평균 200명이 넘고, 이용자 열명 중 6명이 10대 미혼모입니다.

베이비박스는 유기될 아기를 살릴 최후의 안전장치라는 의견과 오히려 영아 유기를 조장한다는 주장이 팽팽히 맞섭니다.

노혜련 / 숭실대 사회복지학과 교수
"베이비박스에 맡기면 잘 보살펴주겠지란 생각에 오히려 아동유기가 조장되고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하지만 미혼모에 대한 편견과 교육-경제 지원 제도 미비 등으로 베이비박스 이용자는 쉽게 줄지 않는 게 현실.

B씨 / 베이비박스 맡겼던 아이 되찾은 미혼모
"상황들이 쉽지는 않아요. 노력은 하고 있죠. 애기를 위해서."

아이를 버릴 수밖에 없는 현실 속에 양육의 책임을 모두 미혼모에게만 떠 안게 해선 안 된다는 지적입니다.

TV조선 한송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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