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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추적취재] 야구협회 알력 다툼에 희생양 된 두 야구특기생

등록 2017.09.20 21:34 / 수정 2017.09.20 2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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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추적취재입니다. 박성제 기자. 대학 야구특기생 두 명이 입학취소 위기에 처했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2년 전 '야구입시비리 의혹'에 휘말렸던 학생들 얘기입니다. 경희대 야구특기생 이모씨와 김모씨는 지난해 9월, 졸업을 2년 앞두고 입학 취소 예정 통보를 받습니다.

이씨 / 경희대 야구선수
"우울하죠. 이렇게까지 하면서 야구를 해야하나 싶기도 하고…"

이들을 입학 취소 위기로 내몬 건 대학 입학을 위해 대한야구협회에서 발급 받은 '경기실적증명서' 때문입니다. 경기실적증명서는 고교야구 선수들의 전국대회 출전을 입증해주는 서류입니다.

이씨와 김씨는 이 증명서를 제출해 경희대에 합격했습니다. 그런데 야구협회는 발급 6개월이 지나 돌연 이 증명서가 위조됐다고 발표합니다. 전국대회에서 1이닝 이상, 즉 '쓰리아웃'을 잡아야만 발급을 해줄 수 있는데, 이씨와 김씨는 1이닝이 없다는 겁니다.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관계자
"우리 발급 기준에 모자란 선수들이기 때문에…"

협회는 당시 증명서를 발급해준 나진균 사무국장을 경찰에 고소했고, 경찰은 '야구계 입시비리'로 크게 부풀렸습니다. 하지만 사건을 넘겨 받은 서울중앙지검은 1년여 만인 지난해 10월 나씨를 무혐의 처분합니다. 

고교 야구 감독과 선수는 물론 협회도 '1이닝 규정'을 알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에 위조나 조작이 성립되지 않는다는 이유였습니다.

당연히 입시 비리가 없었다는 결론이 납니다. 이에 대해 나씨는 협회 간부들이 꾸며낸 일이었다고 주장합니다.

당시 고소를 주도했던 협회 부회장도 제3자와 통화과정에서 나씨의 주장을 인정하는 듯한 발언을 합니다.

김종업 / 협회 전 부회장(2015년 녹취)
"나진균이가 너무 협회를 뒤흔들고 그래 가지고. 나진균이가 말을 안 듣는 바람에 그 문제가 대두가 됐다고."

그런데 경희대는 검찰 수사 결론이 나기도 전에 '합격 취소 예정' 처분을 내려버립니다.

경희대 관계자
"이게 실제로 다른 기준에 의해서 발급된 서류라면 입학취소처분을 내리는 게 적합하다."

학생들은 이에 '합격자 지위를 확인해달라'는 소송을 냈지만, 패소하고 맙니다. 학생이나 야구협회, 대학 모두 협회의 내부 지침을 몰랐다고 해도 규정과 다르다면 입학을 취소할 수 밖에 없다는 겁니다. 두 학생은 "어떻게 우리 잘못이냐"고 억울함만 호소합니다.

이씨 / 경희대 야구선수
"주변 사람들 많이 힘들게 한 것 같아서 미안하다고 얘기하고 싶습니다."

[앵커]
참 안타까운 일이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야구협회 알력 다툼이 두 대학생을 희생양으로 만들어버린 겁니다. 2심 재판도 봐야겠지만 법 이전에 협회와 학교가 구제 방안을 마련해 줘야 할 것 같습니다.

[앵커]
박 기자, 수고하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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