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그런데 이 귀순 병사가 의식을 회복한 뒤 꺼낸 첫마디가 화젭니다. 남한 노래가 듣고 싶다고 했다는데, 북한이 가장 무서워 한다는 문화 침투 이른바 '소프트파워'의 힘을 포커스에서 짚어봅니다.
[리포트]
"팔꿈치와 어깨 등에 중상을 입은.."
"피를 1.5리터나 흘려.."
"생사를 장담하지 못했습니다."
"남한 노래가 듣고 싶다"
삶과 죽음을 오갔던 귀순 병사의 첫마디는 의외였습니다. 뱃속에 옥수수 몇 알이 전부였던 그에겐 밥보다도 남한 노래가 더 절실했나 봅니다.
사실, JSA에서 근무하는 북한 병사들에겐 우리 가요가 익숙합니다. 지난해 1월부터 재개된 대북 확성기 방송 때문입니다.
'리미와 감자'의 '오빠 나 추워'
"오빠 나추워~ 오빠~ 나 춥다고"
'건아들'의 '금연'
"그대 그대가 뿜어대는 연기(담배연기 싫어)"
실크CG 트와이스, IOI, 러블리즈, 여자친구. 인기 아이돌 노래로 매번 업데이트도 됩니다.
북한군의 마음을 흔들기 충분하겠죠. 실크CG 지난 6월 GP를 통해 귀순한 병사도 확성기 방송을 듣고 남한을 동경하게 됐다고 말했습니다.
북한에겐 '아킬레스건'인 셈입니다. 최전방만이 아닙니다. 불빛 한 점 없이 어두운 방. 김일성 부자 초상화 아래 흘러나오는 노래는..
"오빤 강남스타일"
누가 볼세라 이불까지 뒤집어 썼지만 몸이 알아서 들썩입니다. 한류스타가 나오는 한국 드라마도 인기입니다. 우리 문화에 익숙해진 북한 주민들에게 체제선전 일색인 북한 영화나 드라마가 성에 찰 리 없겠죠.
김지은 / 2008년 탈북자
"한국 드라마나 이런 게 퍼져 나가는 속도가 진짜 무서워요. 그건 정말 아무리 독재체제도 자유는 못 막더라고요."
지난 3일 북한 노동신문에 실린 글입니다. 과거 동유럽이 미국의 군사적 공격이 아닌 문화적 침투로 망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그러면서 북한의 청년들을 외부의 문화로부터 지켜내지 못하면 우환이 될 것이라고 주장합니다. '짓부수자'는 무시무시한 구호엔 오히려 북한의 두려움이 묻어납니다.
태영호 / 전 영국 주재 북한 공사
"최근 대북 정책이 '소프트 파워'에서 하드 파워로 옮겨가고 있지만, 군사적인 행위에 앞서 '소프트 파워'를 사용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죽음을 무릅쓰고 '사선'을 넘은 북한 병사. 문화의 힘, '소프트파워'가 '평양의 봄'까지 이끌어낼 수 있을까요? 뉴스9 포커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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