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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죽은 아이 얼굴 떠올라요"…순직보다 자살 많은 소방관

등록 2018.04.09 21:15 / 수정 2018.04.10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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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소방관들은 일반인이라면 평생 한 번 겪을까 말까 한 사고 현장을 매일 마주치다시피 합니다. 그렇다보니 충격적인 장면이 잊혀지지 않아 불안과 우울에 시달리는 '외상성 스트레스 장애'를 겪는 소방관이 많습니다. 스스로 목숨을 끊는 경우도 적지 않지만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소방관들의 마음 건강을 돌 볼 여유가 없습니다.

박성제 기자가 소방관들의 고충을 심층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6년 전 대규모 폭발로 사상자 7명을 낸 인천 페인트 원료 공장 화재 사건.  현장에 있었던 11년차 소방관 A씨는 이런 참혹한 상황들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A씨
"3층에서 떨어져 머리가 반파 돼 죽은 학생이 안 잊혀져요. 사람 사람의 스토리가 있는데 그런 내용들이 계속 남는 거죠."

심한 불안과 우울증, 불면증을 겪던 A씨는 급기야 자살 시도까지 했습니다. 의사는 A씨에게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 진단을 내렸습니다.

조선미 / 아주대 정신과 교수
"기억에 각인된다 그러거든요. 계속 그런 생각이 떠오르니까 이루 말할 수 없이 불안하죠. 진짜 일상 생활이 거의 안 되세요."

끔찍한 사고 현장에 자주 노출될 수 밖에 없는 소방관은 일반인보다 10배 넘는 심리 질환을 겪습니다. 지난 5년 새 스스로 목숨을 끊은 소방관이 순직한 소방관보다 많은 이유입니다.

병원이 연계돼 있지만 치료를 받는 경우는 극히 드뭅니다. 주·야간 3교대 근무인 데다 인원이 부족해 심리 치료 받을 시간을 따로 내긴 쉬운 일이 아닙니다. 

실제 취재진이 한 소방서 구급팀과 동행해본 결과 6시간 동안 16건, 평균 30분마다 현장에 출동할 정도로 쉴 틈이 없습니다.

이영주 / 시립대 소방방재학과 교수
"상담센터가 많다 하더라도 소방관 스스로가 치료를 받는 데 편의성을 제공해주는 게 가장 중요하거든요."

소방관 업무의 특수성을 잘 이해하는 치료 전문가가 없다는 점도 문제입니다. 전국에서 단 한 군데, 경기 북부소방재난본부가 지난해부터 '소담팀'이라는 방문 상담팀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숙진 / '소담팀' 담당
"살인사건, 사망, 끔직한 현장 살면서 한 번도 경험할 수 없는... (일반인은) 사실 공감하기가 굉장히 어렵거든요."

체계적인 지원을 위해선 소방 전문병원 건립과 소방관의 '국가직 전환'이 필요하지만 관련 법안은 번번이 계류하다 폐기됐습니다.

'국가 봉사직'인 소방관들, 하지만 그들의 고통에 국가의 손길은 미치지 않고 있습니다.

TV조선 박성제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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