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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신동욱 앵커의 시선] 아흔세 살 국가지도자

등록 2018.05.10 21:45 / 수정 2018.05.10 2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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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코미디 영화 '못 말리는 람보'(1993년) 한 장면부터 보시지요. 미국 대통령이 토하는 이 장면은 실제 사건을 패러디한 겁니다. 1992년 일본을 방문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이 만찬장에서 쓰러져 옆에 앉은 미야자와 총리 무릎에 토했던 사건이지요.

부시는 백악관에 들어온 뒤에도 일주일에 네 번 이상 조깅을 했을만큼 건강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걸프전을 치르며 속을 끓이느라 갑상선 질환과 불면증에 시달렸습니다. 1979년 단축 마라톤에 나간 카터 대통령이 휘청거리는 사진입니다.

하루 열여덟 시간씩 일하던 그도 이란 인질 구출작전이 무참하게 실패하면서 탈진했습니다. 한 나라의 최고 지도자는 살인적 스트레스와 함께 살아야 합니다.

아무리 건강한 사람도 감당하기가 쉽지 않은 중노동입니다. 예외적으로 아흔 살까지 강에서 수영하며 건강을 뽐냈던 덩샤오핑이 있긴 합니다. 그런데 덩샤오핑이 숨졌던 나이, 아흔세 살에 권좌에 오른 지도자가 나왔습니다.

어제 말레이시아 총선에서 승리한 마하티르 전 총리입니다. 1981년부터 22년을 통치했던 그는 야당 지도자로 변신해 15년 만에 총리 자리를 되찾았습니다. 이전 최고령 국가 정상은 지난해 아흔세 살에 물러난 짐바브웨 독재자 무가베였습니다.

4년 전 여든여덟살에 당선됐던 에셉시 튀니지 대통령의 최고령 당선 기록도 마하티르가 다섯 살 늘려놓았습니다. 그의 귀환은 젊은 노인들의 세상, 신노년 시대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마하티르는 '근대화의 아버지'와 '철권통치자'라는 양면적 평가를 받았습니다.

하지만 이번엔 맨 먼저 이렇게 선언합니다. "우리는 복수를 추구하지 않는다", "한 노인이 숨지는 것은 도서관 하나가 불타는 것과 같다"는 명언이 있습니다. 마하티르가 도서관 같은 경륜과 현명함으로 말레이시아를 화해와 협치의 길로 이끌어 가기를 기대합니다.

5월 10일 앵커의 시선은 '아흔세 살 국가지도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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