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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문화

[연극리뷰] '달의 저편'…연극 무대란 이런 것

등록 2018.05.22 11:28 / 수정 2018.05.22 1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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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이 영화를 동경하면 초라해진다. 무대 활용에서 특히 그렇다. 제아무리 사실적으로 꾸민들, 영화 미장센만큼 디테일할 수 없다. 차려입은 무대와 잘 갖춰진 소품이 외려 불편한 건, 연극은 연극적일 때 아름답다는 믿음 때문이다.

로베르 르빠주의 '달의 저편'은 그런 의미에서 연극적이다. 무대는 단출하다. 구멍, 그리고 거울. 한가운데 뚫린 구멍은 세탁기가 됐다가, 달이 됐다가, 우주선이 된다. 붙박인 거울은 무대를 두 배로 넓히는 역할을 한다. 공간의 확장이요, 시각의 전환이다.

구멍이 시시각각 다른 공간이 되게 하는 데는 배우 연기도 한몫 한다. 훌륭한 연기는 '지금, 여기'를 지운다. 관객은 덕분에 공간을 의심하지 않고 따라간다. 다소 아쉬운 게 있다면 이야기의 출발이다. 공간 연출을 위해 스토리를 기워낸 것 같은 인상을 지울 수 없기 때문이다.

'달의 저편'을 보며, 몇 년 전 산울림소극장에서 본 양손프로젝트의 모파상 공연을 떠올렸다. 퀴퀴한 지하방 같던 소극장. 그들은 낡은 의자 하나로 날 19세기 프랑스로 데려갔다. 연극의 힘은 이런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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