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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치매의 기억

등록 2018.06.28 21:45 / 수정 2018.07.10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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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사랑 양춘선은 마음씨 고운 여자 그리고 언제나 나만을 사랑해…."

일흔세 살 남편이 50년 전 결혼하던 날 아내에게 불러줬던 노래를 불현듯 기억해냅니다. 남편은 교통사고로 뇌를 다쳐 치매에 걸렸지만 아내만은 알아봅니다. 불편한대로 걷고 밥 먹고 책을 봅니다. 아내 일손을 덜어주려고 걸레질하고 세탁기 돌립니다. 아내가 지성으로 수발한 덕분입니다. 아내는 말합니다.

"지금 (남편이) 잘하고 계시니까 끝까지 희망을 안 놓을 겁니다"

4년 전 부산에서 자기 이름과 주소도 기억하지 못하는 할머니가 발견됐습니다. "딸이 아기를 낳아 입원해 있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경찰이 수소문 끝에 병원으로 안내했더니 할머니는 보따리를 풀며 딸에게 말했습니다. "어서 무라." 보따리엔 미역국, 나물 반찬, 흰밥과 이불이 담겨 있었습니다. 치매도 이겨내는 것이 부부 사랑, 자식 사랑인가 봅니다.

하지만 대부분 치매 환자들에겐 기적 같은 일입니다. 치매가 제일 공포스러운 사람은 이제 막 치매에 빠져드는 노인들입니다. 미국인이 가장 사랑했던 대통령 레이건은 10년간 치매로 투병하다 지난 2004년 사망했습니다. 그는 치매에 걸렸다는 걸 알게 되면서 "이제 인생의 황혼으로 여행을 떠난다"면서 앞으로 겪게 될 고통에서 아내와 가족을 구할 수 있기를 소원했다고 합니다.

치매로 모든 게 희미해지더라도 마지막까지 지키고 싶은 기억은 '가족'이라는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서울시 치매안심센터를 방문한 노인들에게 물었더니 66%가 가족이라고 답했답니다. 그중에서도 자녀를 많이 꼽았고 특히 첫 아이 출산을 기억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삶을 지탱하는 가장 큰 힘이 가족의 존재라는 사실을 새삼 깨닫습니다.

하지만 정작 치매 노인을 돌보느라 가정이 결딴 나는 경우가 많습니다. 돈과 인내심이 바닥나야 끝나는 일, 그것이 바로 치매 환자를 둔 가정의 숙명입니다. 이제 그 가정을 지키는 일에 나라가 나서야 할 때가 된 듯 합니다.

6월 28일 앵커의 시선은 '치매의 기억'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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