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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고향에서 일상으로

등록 2018.09.24 21:44 / 수정 2018.09.25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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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절 대피소'라고 들어 보셨습니까. "취직은 안 되는 거냐" "결혼은 언제 하는 거냐" 같은, 부모님 질문 공세를 피해 아예 귀성하지 않은 젊은이들을 위해 학원들이 마련한 공간입니다.

어느 어학원은 서울과 부산의 지점 일곱 곳에 자습실을 열고, '비상식량'이라는 이름을 붙여 간식과 음료수도 내 준다고 합니다. 취업 준비생들에게 일자리 정보와 편의를 제공하는 '서울시 일자리 카페'도 추석 연휴 중에 문을 열어 고향 못 간 청년들을 뒷바라지합니다.

명절 대피소는 서점, 카페들에도 생겨났다고 합니다. 사상 최악의 취업 절벽이 낳은 새로운 추석 풍속도인 셈이지요.

명절 당일 고속도로 정체가 극심한 현상은 이번 추석에도 이어졌습니다. 일찌감치 고향 집을 나서 돌아오거나, 본가 차례 모시고 나서 처가 가는 사람들, 거기에 성묘와 나들이 행렬이 겹쳐 오늘도 전국이 종일 몸살을 앓았습니다.

추석날 이른 아침부터 서둘러 귀경길에 오르는 세태, 꼭 자식이 불효여서는 아닐겁니다. 자식 고생 덜 시키려고 잠시라도 더 보고 싶은 마음 눌러가며 빨리 가라 재촉하는 부모님의 사랑이 거기에 담겨 있기 때문입니다. 

“맵게 살아봐야겠다고 싸돌아다니지 마라. 그늘 한 점이 꽃잎이고 꽃잎 한 점이 날개려니 그럭 저럭 물 밖 햇살이나 우러르며 흘러가거라…”

부모의 이런 마음을 아는 자식들의 마음도 안쓰럽기는 마찬가지일 겁니다. 짧은 만남이지만 그래도 명절이 있어 우리는 가족으로부터 일상을 새롭게 살아갈 힘을 또 얻어 갑니다. 모처럼 명절에 나누는 고향과 가족의 정이 각박한 도시의 삶을 지탱하는 버팀목이 돼 주는 거지요?

재작년 추석, 고속도로에 나붙었던 교통안전 표어가 생각납니다. "어머니, 걱정 마세요, 천천히 갈게요…"

9월 24일 앵커의 시선은 '고향에서 일상으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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