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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팀 킴의 눈물

등록 2019.02.21 21:44 / 수정 2019.02.21 2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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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에서 틀어주던 대한뉴스가 1962년에 전한 외국 컬링경기 소식입니다. 그때만 해도 얼음판을 닦는 브러시로 이렇게 진짜 빗자루를 썼군요. 더 재미있는 건 아나운서의 코멘트입니다.

"열심히 비질을 하는 이들, 그들의 가정에서도 저렇게 깨끗이 집안을 치울까요…"

대한컬링연맹이 생긴 게 1994년, 컬링 여자대표팀이 처음 세계대회에 나간 게 2002년이었습니다. 2009년 경기도청팀이 만들어진 사연은 만화 '외인구단'을 닮았습니다. 유치원 보조교사, 대학 컬링 동아리 출신, 부상당해 재활 중이던 스케이팅 선수가 모였지요. 컬링이 메달을 내다볼 종목이 아니어서 선수들은 태릉선수촌 근처 분식집에서 밥을 먹고 모텔에서 잤다고 합니다. 브러시도 외국 선수가 쓰고 버린 일회용을 주워다 빨아서 썼습니다.

그렇게 열악한 조건을 딛고 컬링은 평창에서 국민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영미~"라는 외침을 2018년 '올해의 말' 1위에 올려놓은 여자대표팀의 빛나는 투지 덕분이었지요.

그러나 그 영광 뒤에 기가 막힌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던 건 아무도 몰랐습니다. 마땅히 선수들에게 돌아가야 할 땀의 대가를 지도자가 가로챘고, 욕설과 폭언 등 인권 침해도 다반사였던 걸로 조사됐습니다.

컬링계에서는 5년 전에도 비슷한 일이 있었습니다. 물론 지금 팀과 다른 경기도청 선수들이 세계선수권대회 4강에 오른 뒤 사직서를 냈던 사건입니다. 선수들은 코치에게 폭언과 성추행을 당했고 포상금에서 백만원씩 떼어내 컬링계에 기부하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했습니다. 조사 결과 폭로는 대부분 사실로 확인됐습니다.

하지만 컬링계는 뼈아프게 반성하고 거듭나기는커녕 더 질 나쁜 착취 구조가 돼버렸습니다. 그리고 그 구조 속에서 팀 킴의 눈물이 잉태했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비리 지도자를 처벌하는 것 못지않게 감독 당국이 그 동안 뭘 했는지 돌아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그래야 제2, 제3의 팀 킴이 나타나지 않을 테니까요.

2월 21일 앵커의 시선은 '팀 킴의 눈물'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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