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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섬진강 연어의 꿈

등록 2019.03.08 21:47 / 수정 2019.03.08 21: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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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면 연어가 돌아옵니다. 차디찬 북양의 바닷길 1만km를 헤엄쳐 옵니다. 어미의 체취를 찾아 어머니의 강 모천에 안깁니다. 알을 낳고 기진한 연어는 죽어 널브러지고 그 위로 겨울이 옵니다.

"강은 물이 얼지 말라고 이불 같은 얼음장을 덮어주고 겨우내 연어 알을 키웁니다. 푸른 얼음장에 누군가 돌을 던질 때마다 소리내 쩡쩡 웁니다. 봄이 올 때까지는 조심하라고, 가슴 깊은 곳에서 연어가 자라고 있다고…"

그리고 봄이 왔습니다. 윤회처럼 연어의 회귀를 꿈꾸는 사람들이 강가에 나와 어린 연어 10만마리를 풀었습니다. 양양 남대천도, 삼척 오십천도 아닙니다. 매화 흐드러진 섬진강입니다. 오늘 섬진 나루터에는 강 양쪽 전남 광양과 구례, 경남 하동의 주민, 어린이들이 동서 화합의 마음도 함께 담아 연어를 전송했습니다.

그런데 섬진강에 웬 연어냐고 하실 분이 많을 듯합니다. 1990년대 어느 늦가을, 하구에서 40km를 거슬러온 다리에서 낚시꾼이 귀한 손님을 낚아 올렸습니다. 섬진강에서는 30년 전에 끊겨 동해안에만 오는 줄 알았던 연어였습니다. 희망을 본 남도 사람들은 양양에서 어린 연어를 얻어와 1998년 방류를 시작했습니다.

3년 뒤 열여덟 마리를 시작으로 해마다 2백에서 7백 마리가 돌아왔습니다. 양양에서 부산까지 연어 방류하는 강 일곱 곳 중에 네 번째로 많습니다. 하구에 쳐둔 그물을 줄이고, 수중보를 뚫어 고기 다니는 길 어도를 내고, 강물을 깨끗하게 지킨 덕분입니다. 오는 길이 가장 멀고 험난한 섬진강 연어의 회귀는 생태계 복원이라는 더 큰 의미를 지닙니다. 거기에 영호남 화합이라는 뜻까지 더해 꽃보다 반가운 봄 소식 입니다.

어린 연어들은 곧장 바다로 나가지 않고 한 달 보름을 머물며 섬진강의 냄새를 몸에 새깁니다. 슬프도록 아름다운 업보입니다. 그리고 가을이면 불놀이 같은 지리산 단풍의 마중을 받으며 돌아올 겁니다.

3월 8일 앵커의 시선은 '섬진강 연어의 꿈'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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