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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어린 우상들의 타락과 몰락

등록 2019.03.15 21:48 / 수정 2019.03.15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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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우린 젊기에, 괜찮은 미래가 있기에, 자 이제 그 차가운 눈물을 닦고 컴 백 홈… "

소녀 김수영은 중학교 때 가출해 폭주족과 어울리다 서태지의 이 노래 '컴 백 홈'을 듣고 용기를 내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그는 실업고 최초로 퀴즈프로에서 만점을 받았고 연세대와 영국 유학을 거쳐 세계적 금융회사에서 일했습니다. 책을 쓰고 강연 다니며 청소년들에게 희망을 심는 꿈의 전도사가 됐습니다.

1990년대 후반 '컴 백 홈'은 수많은 가출 청소년을 귀가시켰습니다. 그렇듯 스타는 청소년의 인생 행로까지 바꿀 수 있는 등대입니다. 스타를 닮고 싶어하는 대중이 선망의 눈으로 들여다보는 거울입니다. 마약, 폭력, 강간, 성 접대, 몰카에 경찰 유착 의혹까지… 버닝썬 사태는 온갖 죄악이 터져 나오는 판도라의 상자를 닮았습니다.

돈과 인기를 주체 못한 어린 우상들이 밀실에서 벌인 추악한 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습니다. 이들의 단체 대화방 자료를 신고한 변호사는 '한국형 마피아'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유명세를 이용해 경제력을 쌓고, 경제력이 권력이 되고, 권력을 이용해 악행을 저지르는 악의 순환고리" 라고 했습니다.

문제의 클럽들은 웨이터를 MD라고 불렀습니다. MD란, 유통업에서 상품을 기획하고 구입해 진열 판매하는 머천다이저를 가리킵니다. 이른바 물 좋은 손님을 섭외하고 주선하면서 사람과 성을 상품으로 아는 겁니다. 연예인들이 킬킬거리며 나눈 대화에서도 여성은 물건처럼 취급됐습니다. 기획사는 이런 연예인들을 상품처럼 찍어냈습니다.

춤과 노래와 언변만 가르쳤지 인성은 뒷전이었습니다. 몇몇 방송사는 이런 연예인들을 '위대한 개츠비'에 비유해가며 상품으로 포장하기 바빴습니다. 팝스타 스팅의 노래를 리메이크한 '영광과 몰락'은 인기에 눈먼 아이돌들의 운명을 예언이라도 한 것 같습니다.

"내가 최고라고 믿기 시작했지. 돈과 함께 지위가 왔지. 모든 예쁜 여자들에 눈이 멀었지. 나는 무너져 가고 있지…"

3월 15일 앵커의 시선은 '어린 우상들의 타락과 몰락'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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