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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취재후 Talk] 민물장어 씨 말리는 '끈벌레'…또 한강 출몰 논란

등록 2019.04.18 1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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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고양시에 위치한 행주나루터, 이 곳에는 수도권 한강에 유일하게 어업 허가를 받은 30여명의 '도시 어부'들이 어업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바닷물과 민물이 만나는 지역이라, 자연산 민물장어가 많이 잡히기로 유명합니다.

아직까지 장어를 완전 양식하는 기술은 발달하지 않아서, 식용 장어는 이들 ‘도시어부’들이 잡은 민물장어 새끼들을 양식하는 방식으로 키워집니다. 그래서인지 행주산성 부근에는 유난히 민물장어 전문 식당이 많습니다.

날씨가 따뜻해지는 4월부터는 본격적으로 새끼뱀장어 낚시에 들어갑니다. 어민들은 올해 어업도 ‘망했다’고 말합니다. 수년 전 한강 하류에 처음 등장한 '끈벌레'가 올해 또다시 기승을 부리고 있기 때문입니다.

끈처럼 길고 얇게 생긴 이 벌레는 먹잇감이 나타나면 주둥이에서 촉수를 발사해 사냥합니다. 끈벌레의 사냥에 장어들이 속수무책 당하면서, 어획량은 점점 줄고 있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_keb7YpmAls
(외국에서 촬영한 끈벌레 영상, 거미줄과 같은 촉수를 뿜는 모습이 영화 속에 나오는 괴생물체처럼 보입니다.)

행주어촌계 어민
“그물에 물고기보다 끈벌레가 더 많이 잡혀요. 끈벌레 때문에 (실뱀장어가) 죽다 보니까 실제로 잡아서 판매한 양이 200kg에서 10kg으로 줄었습니다.”

끈벌레는 전세계에 1300종이 보고됐는데, 우리나라에서 발견된 것은 3종입니다. 공식적으로는 2013년 국내에 처음 발견한 것으로 보고됐지만, 어민들은 10년 전 처음 끈벌레를 발견했고, 급격히 수가 늘어난 것이 그쯤이라고 말합니다.

지난해 발간된 환경부의 용역보고서에 따르면, 한강, 임진강, 금강, 낙동강, 영산강, 섬진강 등 6개 주요 강 가운데 이 지역과 임진강 인근에서만 끈벌레가 발견됐습니다.

또 국내에 서식하고 있는 끈벌레(Yininemertes paratensis)는 중국 양쯔강 하구가 모식산지인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중국과 인접한 서해 인근인 한강과 임진강에서만 끈벌레가 발견된 것은 우연이 아닐지도 모릅니다.

끈벌레 출현원인은 여전히 미지수입니다. 2013년 국립수산과학원의 연구에서는 끈벌레가 '독성이 없고, 실뱀장어 생존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결론을 내려 어민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습니다. 2015년의 연구에서는 아예 끈벌레 시료 채취를 하지 못해 독성 분석을 하지 못했습니다.

논란이 계속되자, 관할 지자체인 고양시는 인하대 연구팀에 5억 원을 주고 연구 용역을 의뢰했습니다. 이 연구팀은 지난해 11월 ‘염분도 증가’를 끈벌레의 급증 원인으로 꼽았습니다. 하지만 어민들은 강물의 염분도가 끈벌레의 출현 원인이 된다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며, 재조사를 요구하고 있습니다.

연구가 지지부진한 사이, 어민들은 인근의 물재생센터 때문일 것이라고 화살을 돌리고 있습니다. 행주나루터에서 6km 정도 떨어진 상류에 서울의 하수를 처리하는 서남물재생센터가 있는데, 이곳에서 방류하는 하수 때문에 수질이 악화되고 있다는 겁니다.

어민이 기형물고기를 들고 있다 / 행주어촌계 제공


어민들은 척추가 휘거나, 화학물질 냄새가 나는 물고기들이 잡히는 경우가 늘고 있다며, 한강 수질을 걱정합니다.

행주어촌계 어민
“요즘에는 마늘에 고추가루를 팍팍 넣고 끓여도 물고기에서 화장품 냄새가 나서 못 먹어요. 심야시간만 되면 방류하는데 거기에서 화학제품이 정화 안되고 흘러나와서 그런 거 같아.”

끈벌레가 계속 기승을 부리면, 가까운 시일에 민물장어의 씨가 마르는 날이 올지도 모르겠습니다.

천적도 없는 끈벌레를 보면, 한때 우리 생태계를 위협하는 존재로 알려졌던 황소개구리가 떠오릅니다. 만선의 꿈으로 행복해야 할 어민들을 괴롭히는 끈벌레, 출현 원인과 대책이 하루 빨리 연구돼 한강 민물장어를 마음 놓고 즐길 수 있기를 기대해봅니다. / 이채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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