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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2019년 대한민국 국회

등록 2019.04.26 21:49 / 수정 2019.04.26 2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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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시월 국정감사장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김진태 한국당 의원이 철창에 가둔 벵골 고양이를 데려왔습니다. 동물원에서 탈출한 퓨마를 사살한 것이 과잉대응 아니냐고 따지겠다며 비슷하게 생긴 동물을 가져온 겁니다. 하지만 애꿎은 고양이를 철제 우리에 넣어 온 것이야말로 동물학대라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이런 식으로 눈길을 끌어보려고 국회에 동물을 데려온 국회의원들이 많았지요. 커다란 구렁이와 뉴트리아가 등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래서 "또 동물 국감이냐"는 비아냥을 듣곤 합니다.

하지만 그보다 더한 오명이 '동물 국회' 라는 겁니다. 무기력하게 아무 일도 하지 못하는 국회에 대칭되는 명칭으로 이런 말이 생겼습니다. 전기톱과 해머로 문을 부수고, 최루탄을 터뜨리고, 책상에 올라가 발을 구르고… 온갖 폭력이 난무했던 18대 국회가 대표적인 사례였습니다.

그리고 어제 다시 여의도에서 그런 장면이 등장했습니다. 육탄전이 벌어졌고 33년 만에 국회 경호권이 발동됐습니다. 감금과 성희롱 논란에 쇠 지렛대, 장도리까지 등장했습니다. 팩스로 서류를 보내 결재 받는 헌정사상 초유의 꼼수도 나왔습니다. 이런 상황을 보도하면서 언론은 일제히 '막장'이라는 표현을 썼습니다.

하지만 숭고한 산업현장, 막장을 폭력이 난무하는 국회에 붙이지 말아달라는 게 석탄업계 부탁입니다. 과거 '식물국회'라는 표현도 식물에 대한 모독이라는 과학계의 항의를 받은 바 있지요.

국회의장과 여야 5당 대표가 이렇게 손을 맞잡고 협치하는 국회를 다짐했던 것이 불과 일곱 달 전입니다. 하지만 지금 국회에는 정치적 이해타산과 선거 승리를 향한 탐욕만 가득할 뿐입니다. 국회 본회의장 천장 중앙에는 전등 삼백예순다섯 개가 달려 있습니다. 일년 삼백육십오일 국민을 위해 열심히 일하라는 뜻이라고 합니다. 의원 여러분, 잠시 서로에 대한 증오와 비타협의 시선을 거두고 천장 한번 올려다 보시면 어떨까요?

4월 26일 앵커의 시선은 '2019년 대한민국 국회'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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