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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돌아오지 못한 가족여행

등록 2019.05.31 21:48 / 수정 2019.06.03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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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변에 신발 예순 켤레가 놓여 있습니다. 광기 어린 폭력에 희생된 사람들을 추모하는 기념물입니다.

2차대전 말, 나치를 추종하던 헝가리 극우 민병대가 유대인과 루마니아인들을 이곳 강변으로 끌고 왔습니다. 신발을 벗어놓게 한 뒤 총을 쏘아 강물로 떨어뜨렸습니다. 3천5백 목숨이 그렇게 다뉴브 물결에 떠내려 갔습니다.

1930년대 헝가리 노래 '우울한 일요일'은 하도 아름다워서 목숨을 빼앗는다는 말까지 나왔지요. 이 노래에 얽힌 부다페스트의 사랑 이야기가 한국에 세 번이나 개봉된 영화 '글루미 선데이'에 담겼습니다. 영화 속 다뉴브강 야경이 노래만큼이나 아름답습니다.

프랑스 파리, 체코 프라하와 함께 유럽 3대 야경에 드는 부다페스트가 그중에서도 으뜸으로 꼽히는 것도 다뉴브강 덕분입니다. 하지만 우리 여행객들이 다뉴브의 슬픈 내력에 또 한 사건을 더하게 될 줄은 상상조차 못했습니다.

다뉴브 강은 독일에서 우크라이나까지 2천9백km를 흘러 흑해로 들어갑니다. 1992년엔 라인강과 운하로 연결되면서 북해에서 흑해까지 유럽을 관통하는 물길이 열렸고, 5천톤급 유람선 여행, 리버 크루즈가 시작됐습니다.

이 크루즈 시장이 급속히 커지면서 부다페스트에는 대형 국제 유람선과 소형 현지 유람선이 하루 수백 척씩 몰렸습니다. 한 외신은 다뉴브강이 선박으로 북새통인데 수상 관제센터조차 없는 개미굴 같은 곳이었다고 지적했습니다.

졸지에 화를 당한 사람들은 하나같이 평범한 우리 이웃이었습니다. 손녀를 돌봐 주는 친정 부모님 모시고 효도 여행 나선 딸, 병이 호전된 오빠를 위로하려고 함께한 누이들, 의좋은 시누이 올케, 정년퇴직을 자축하는 부부, 수십 년을 함께 일하다 퇴직해 부부동반으로 온 친구들… 한껏 부풀고 행복했을 그 얼굴들을 생각하면 마지막까지 희망을 놓을 수 없습니다. 무엇이 잘못됐는지 분명하게 따져 같은 불행을 막는 것이, 떠나고 남은 사람들을 그나마 위로하는 길일 겁니다.

5월 31일 앵커의 시선은 '돌아오지 못한 가족여행'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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