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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CSI] "옷 벗어라, XX 그려라"…엉터리 심리상담 피해 속출

등록 2019.06.03 21:30 / 수정 2019.06.04 0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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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마음의 병도 질병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높아지면서 '심리상담'에 대한 수요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데요.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에 심리 상담 센터 찾은 이들을 두 번 울리는 엉터리 상담 피해 사례가 속출하고 있습니다. '분노조절이 힘들다'고 하자 "그냥 화를 내라"는 어처구니 없는 답변을 내놓기도 하고 대뜸 "옷을 벗으라"며 성추행 발언을 하기도 했습니다.

엉터리 심리상담의 실체, 소비자탐사대, 김하림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리포트]
청소년 문제부터 진로와 가정 불화. 심리 불안까지 다양한 분야 심리상담사가 활동합니다. 답답한 속사정을 털어놓고 조언을 들으려 찾아가 보는데... 정작 누가 제대로 된 상담사인지 구분하기 힘듭니다.

조승연 / 서울 봉천동
"판단하는 기준을 잘 모르겠어요. (어디가 더 좋은덴지?) 네."

심리서적 1천권을 읽었다는 한 상담사에게 상담을 신청해봤습니다. 상담 비용은 1시간에 1만원 수준인데, 위생모에 가운을 걸친 모습이 심상찮습니다.

"(왜 이런 모습?) 의사 코스프레 본격 상담이 시작되고..."

분노조절 장애를 호소했더니 '그냥 화를 내라'고 합니다.

상담사
"저 차를 앞질러가서 브레이크를 밟아볼까, 그런 거. 그렇게 한번 해보면 되잖아요. (해봐요?)"

가족 중 정신병 환자가 있어 돌보기 힘들다고 하자 돌아온 대답은...

상담사
"(환자에게) 덜 먹여야죠. (음식을요?) 네. 음식을 덜 먹여서.."

질문이 이어지자 힘들어 합니다.

상담사
"어떻게 하지 (정리가 잘 안되시죠? 지금 계속 썼다 지웠다 하시는데..)"

알고 보니 심리상담 관련 자격증은커녕 관련 학위도 없었습니다. 이런 엉터리 상담이 여기저기 벌어지면서 관련 피해자도 늘고 있습니다.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A씨는 방송에도 여러 번 소개된 유명 심리상담소를 찾아갔습니다. 그런데 상담이 진행되면서 상담사가 몸을 만지고 옷까지 벗으라고 했다고 A씨는 주장했습니다.

A씨 / 피해자
"가까이 다가와서 제 다리를 벌리더니 이렇게 내려서 봤어요. '이러다 내가 무슨 일을 당하면 어떡하지?'"

신체 은밀한 부위를 그리게 하는 등 이해할 수 없는 요구가 이어지고

A씨 / 피해자
"'너, 완전히 극복 못 했어' 이러면서 계속할 때까지 집요하게..."

사실상 성추행 수준의 상담이 이뤄졌던 건데, 해당 상담사는 옷을 벗고 신체 일부를 그리는 것도 치료 과정의 일부라고 주장했습니다.

하지만 A씨는 그 충격으로 이후 1년동안 다른 곳에서 치료를 받아야 했습니다.

박대령 / 정신건강임상심리사
"상담자의 권위 신뢰 이런것들이 합쳐지면 말도 안되는 것들을 따라서 할 수 있게 됩니다. 분명 학회에서 제명이 됐을 사안입니다."

문제는 이런 심리상당소를 누구나 열 수 있다는 것. 임상심리사와 직업상담사, 청소년상담사 등 심리상담 분야 국가자격증은 대학 관련 전공 이수 등 자격조건이 까다로운 편입니다.

하지만 민간 상담사 자격증이 4600여개에 달하고 대부분 인터넷으로 쉽게 딸 수 있는 상황.

"저도 인터넷에서 심리상담사 자격증을 하루만에 땄는데요, 저같은 사람도 심리상담소를 열고 상담을 할 수 있습니다."

심리상담사로 활동하는 데는 이런 자격증마저 필요없습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외국의 경우는 심리상담소를 차리려면 최소 박사 이상 관련 학위에 정부 공인 자격시험도 통과해야 합니다.

조현섭 / 한국심리학회장
"적어도 심리학을 전공하고 석사 이상에, 자격증을 반드시 갖춰야하고 준비가 되어있는 사람들이 심리 서비스를 제공해야 한다."

우리 국민 4명 중 1명은 평생 한 번 이상 정신 질환을 겪는 현실. 심리상담사 자격 요건을 점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습니다.

소비자탐사대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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