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취재후 Talk] 검찰총장 후보자는 '윤서결'일까? '윤성녈'일까?

등록 2019.06.18 14:37 / 수정 2019.06.18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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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 /연합뉴스



문재인 정부의 두 번째 검찰총장에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이 지명됐습니다. 이 기사를 봤을 때, 어떻게 읽으셨나요? 어떤 사람은 [윤성녈], 또 어떤 사람은 [윤서결]로 읽더군요. 방송사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방송사 내에서도 사람에 따라 읽는 방법은 달랐습니다.

KBS는 6월 17일 9시 뉴스 <文 검찰개혁 택했다…“차기 검찰총장에 윤석열”> 기사에서 앵커와 기자 모두 윤석열을 [윤성녈]로 읽습니다. 하지만 오늘 KBS2TV의 아침 8시 뉴스타임 <파격, 또 파격…‘검찰총장 후보’ 윤석열은 누구?> 기사에서는 [윤서결]로 발음했습니다.

SBS도 17일 8뉴스에서 여자 앵커가 읽은 <오늘의 주요뉴스>에서는 [윤서결]로 읽었지만 첫 꼭지인 <'적폐 수사 선봉장' 윤석열 선택…"검찰 개혁 적임자"> 기사에서 남자 앵커와 기자 모두 [윤성녈]로 발음했습니다.

TV조선은 어땠냐고요? 17일 뉴스 9에서 여자 앵커가 읽은 헤드라인뉴스에선 [윤서결]로, <5기수 아래 윤석열 지명…文대통령, '적폐청산' 수사 계속 의지> 기사에서 남자앵커는 [윤성녈]로, 기자는 [윤서결]로 발음했습니다. 세 방송사 모두 한 사람의 이름을 두 가지로 읽고 있습니다. 무엇이 표준발음일까요?

정답은 [윤서결]입니다. 연음법칙을 적용해서 읽어야 합니다. 쉬운 예를 들어볼까요? 가수 하현우씨의 이름을 어떻게 읽나요? [하혀누]로 읽습니다. 김건우는 [김거누], 이석우는 [이서구]로 읽는데 아무도 이견이 없습니다. 그런데 왜 사람들은 윤석열만 [윤성녈, 윤성열]로 읽는 것일까요? 저는 한자에서 그 힌트가 있다고 봅니다. [윤성녈, 윤성열]로 읽는 사람들은 ‘열’과 ‘렬’을 동일하게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대표적인 글자가 바로 이겁니다. 列, 벌릴 렬(열)입니다. 이쯤되면 학교다닐 때 배웠던 용어가 하나 떠오릅니다. 맞습니다. 자음동화입니다. [직렬-직녈-징녈]이 되는 것처럼 [석렬-석녈-성녈]로 읽은 것이지요.

청와대도 헷갈렸습니다. 청와대는 기자들에게 ‘대변인 브리핑, 오전 11시, 2층 브리핑 룸, 윤석렬 검찰총장 임명제청건 관련, 11시 이후 보도가능’이라는 문자를 보냈습니다. 후보자의 이름은 윤석‘렬’이 아니라 윤석‘열’(尹錫悅)입니다. 청와대가 오타를 냈습니다. 기쁠 열(悅)은 ‘렬’로 발음되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윤석열 후보자는 [윤성녈]로 읽을 이유가 없습니다. 연음법칙을 적용해 [윤서결]로 읽어야 합니다.

배우 손예진 / 조선일보DB

갑자기 여배우의 사진이 뜬금없지요? 이 배우 이름 어떻게 발음하시나요? 연음법칙으로 읽으면 [소녜진], 하지만 어떤 사람은 [손녜진]으로 발음합니다. 여기서 'ㄴ'음 첨가가 나옵니다. 'ㄴ'음 첨가는 '표준 발음법' 제29항에 따라서 복합어에서 일어나는 음운 현상인데, 솜이불[솜니불], 꽃잎[꼰닙], 담요[담뇨]이 대표적인 예입니다. 합성어 및 파생어에서, 앞 단어나 접두사의 끝이 자음이고 뒤 단어나 접미사의 첫음절이 ‘이, 야, 여, 요, 유’인 경우에는, ‘ㄴ’ 음을 첨가하여 [니, 냐, 녀, 뇨, 뉴]로 발음한다는 것이죠.

그런데 'ㄴ'음 첨가는 복합어(합성어, 파생어)에서 일어나는 것입니다. 손예진은 'ㄴ'음 첨가가 일어날 수 있는 음운 환경을 지니고 있기는 하지만 명백한 복합어가 아니기 때문에 'ㄴ'음 첨가가 반드시 일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그러므로 [소녜진]으로 발음하는 것이 원칙상 맞습니다. 하지만 성(손)과 이름(예진)의 결합이라는 측면에서 복합어로 볼 수 있는 여지가 있다는 점에서 연이어서 발음할 때에는 [손녜진]과 같이 'ㄴ' 음 첨가를 한 발음도 허용이 된다고 국립국어원은 설명합니다. 이런 원칙에 따라 피겨여왕 김연아 선수도 [기며나]와 [김녀나]로 읽을 수 있는 것이지요. 그렇다면 이 설명을 윤석열 검찰총장 후보자에 적용하면 [윤서결]이 맞지만 [윤성녈]도 허용되는 것 아닐까요?

아닙니다. 손예진에서 ‘손’과 ‘예진’는 성과 이름의 결합이기 때문에 합성어로 볼 여지가 있지만, ‘석열’은 하나의 이름이므로 합성어로 볼 여지가 없습니다. 국립국어원은 이 때문에 윤석열 후보자는 [윤서결]로 읽는 것이 맞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본인 생각은 다른 것 같습니다. 일부 언론 보도를 보면 "후보자가 어릴 때부터 집에서 [성열]로 불러왔고 친구들도 [성열]로 한다. 이름은 집에서 부르는 대로 하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고 합니다.

본인은 [성열]로 불리길 원한다는 소식을 들으니 참 난감합니다. [석열]을 [서결]이라 부르지 못하고 [성열]이라 불러달라니요. 그래도 방송사들은 후보자 이름을 [윤서결]이라고 끊임없이 부를겁니다. 그것이 표준발음을 지켜야 하는 방송사의 임무이기 때문입니다.

윤 후보자님, 표준발음법이 사법고시 시험에는 없었겠지만, 우리말을 바르게 지키고 가꾸려고 애쓰는 사람들이 만든 일종의 ‘법’이니만큼, 후보자께서도 지켜주시면 어떨까요? 정 안되겠다 싶으면 [성열]은 집과 친구들사이에서만 쓰시고,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서결]로 쓰는 것도 방법이겠네요. 기수를 파괴한 인사가 처음엔 어색해도 시간이 흐르면 자연스러워지듯이, 후보자님의 '새 이름' [서결]도 자꾸 듣다보면 오래된 '내 이름'으로 느껴지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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