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대표 플랜지 기업인 A사가 회장 지시로 원산지와 시험성적서를 속여 1천억 원대 플랜지 부품을 국내외 업체에 내다 판 혐의로 검찰에 적발됐다.
울산지검 형사3부는 오늘 A사 회장 73살 김 모 씨와 대표이사 53살 손 모 씨 등 8명을 특경법위반(사기), 대외무역법 위반, 관세법 위반 등의 혐의로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사는 회장 김 씨의 지시로 중국과 인도에서 플랜지를 사와 자체 제작한 제품인 것처럼 원산지를 조작해 판 혐의로 기소됐다. 예컨대 A사는 'Made in China'로 적힌 원산지 표시를 지우고 대신 그 자리에 회사 로고와 'Made in KOREA'를 새겨 넣었다. 이들은 공장 안에 위장계열사 2곳을 설립한 뒤 원산지 조작 업무를 위탁했다.
플랜지(Flange)는 배관과 배관을 연결하는 관 이음 부품으로 주로 발전소와 석유화학시설 등 산업기반 시설에 쓰인다. 중국 제품의 경우 국내산 제품에 비해 40% 가까이 싼 것으로 알려졌다.
A사는 지난 2008년 6월부터 지난해 9월까지 10여 년간 26개 업체에 1225억 원 상당의 플랜지를 판매했다. 이 기간 해외 업체에 11억 원 상당의 원산지 조작 제품을 수출했다.
검찰 조사 결과 이 기간 동안 판매한 플랜지 가운데 20%가 원산지가 조작된 것으로 드러났다. 스테인리스-스틸 플랜지로 한정하면 45%가 원산지가 조작됐다.
A사는 원산지 조작뿐만 아니라 제품의 안정성 여부를 확인하는 시험 성적서까지 허위로 발행했다. A사는 국산 제품에 대한 품질 보증서를 중국과 인도산 제품에 끼워 시중에 납품했다. 검찰에 따르면 중국과 인도산 플랜지에 대해서는 안전성 여부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조차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회장이 회사 매출이 떨어지자 중국산을 수입해 국산으로 바꿔 납품하라고 임직원들에게 직접 지시까지 했다”면서 “공장 안에는 원산지 조작 업무를 하는 별도 회사까지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원산지가 조작된 플랜지는 안전이 요구되는 발전소나 정유설비, 석유화학설비 같은 산업기반시설에 공급됐다. 실제 울산의 일부 석유화학업체는 안전을 위해 중국과 인도산 플랜지는 취급하지 않고 있다. 일부 피해 업체는 원산지가 조작됐다는 사실을 알고 안전을 위해 국내산 플랜지로 교체하기도 했다. 윤병동 서울대 기계항공공학부 교수는 “중국산과 국산의 가장 큰 차이는 내구성 ”이라며 “당장 도입했을 때는 문제가 안 되겠지만 시간이 지나면 품질 문제가 발생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은 관계 부처에 수사 결과를 통보해 불량 부품이 사용된 시설에 대해 안전 점검을 요구했다 / 정민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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