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부끄럽습니다"

등록 2019.07.08 21:46 / 수정 2019.07.0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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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말 잘 못해요. 들을 줄 알아요…" 단편영화 '베트남 처녀와 결혼하세요'에서 아미나이는 지하철에서, 자기와 결혼할 남자를 찾는 쪽지를 돌립니다. 남자가 결혼 경험이 있어도 상관없고 시부모도 모시고 살겠다고 합니다. 베트남은 여전히 삼강오륜이 살아 있는 유교국가입니다.

결혼하는 처자가 지킬 네 가지 덕목, 4덕을 노래하는 이런 민요도 많습니다. "임이여, 군대에 가라면 가세요. 모든 집안일은 제가 할게요. 당신이 가시면 제가 남아 어머니 봉양, 나어린 자식 돌보리…" 4덕은, 집안일 농사일 잘하는 공(工), 용모를 가꾸는 용(容), 언행이 상냥한 언(言), 그리고 웃어른 잘 모시고 남편에게 순종하는 행(幸)입니다.

엊그제 베트남 아내를 남편이 무자비하게 때리는 영상은 충격적이다 못해 참담했습니다. 결혼이주 여성에 대한 학대가 어제오늘 일은 아닙니다만 이렇게나 생생하게 폭행현장이 공개된 적은 없었습니다. 두 살배기 아들이 바로 옆에 서서 엄마를 부르며 울부짖는 모습에는 눈을 돌리고 싶은 마음뿐이었습니다. 세 시간을 폭행당하며 갈비뼈가 부러지고도 매질이 그치자 아이부터 껴안아 달래는 엄마를 보면서는 울컥했습니다.

그리고 담당 경찰이 기자에게 전한 이야기에는 마치 내 일처럼 낯을 들 수가 없습니다. 베트남 아내가 우리말이 서툴렀지만 이 말만은 익숙하게 했다는 겁니다. "잘못했어요, 때리지 마세요…" 남편이 화낼 때마다 사정하다 보니 일상어가 돼버린 것이지요.

가정폭력을 당했다는 이주여성이 열에 네 명꼴입니다. 한국 여성 조사에서 나온 수치의 세 배 반이나 됩니다. "다른 남자들도 마찬가지일 거 같은데…" 애초에 이주여성을 맞아들여서는 안 될 사람들을 걸러낼 수도 없고… 이제라도 우리 사회가 그녀들의 비명에 귀를 기울여야 할 것 같습니다.

순종적이라는 베트남 아내들도 모진 시집살이에 눈물지으며 이런 구전가요를 읊조린다고 합니다. "며느리로 왔다가 시어미 얼마나 잔인한지, 더 살 수 없어 친정으로 간다오…" 이제 베트남 사람들이 '시어미'를 '한국 남편'으로 바꿔 불러도 할 말이 없게 됐습니다.

7월 8일 앵커의 시선은 "부끄럽습니다"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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