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취재후 Talk] 비교 안 되는 '대출 비교 서비스'…핀테크 자생력 보여줘야

등록 2019.07.11 19:11 / 수정 2019.07.12 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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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심차게 나왔던 8년 전의 '사이버 대출 장터'

8년 전인 지난 2011년 '사이버 대출 장터'라는 게 생겼습니다. 쉽게 말하면, 중소기업과 은행을 연결하는 온라인 대출 장터입니다. 기업이 일일이 은행을 돌 필요 없이 장터에 접속해 은행들이 내놓은 대출 상품을 살펴보고 고르라는 겁니다. 돈을 빌리는 중소기업이 '을', 돈을 빌려주는 은행이 '갑'인 관행에서 벗어나자는 게 취지였습니다. 당시 서비스를 내놓은 신용보증기금은 대출금리가 최대 1%p까지 내려갈 수 있다며 홍보했습니다.

취지는 참 좋았는데, 결과는 어땠을까요? 잘 안됐습니다. 기업이야 좋겠지만 은행들 참여가 부족했습니다. 은행 입장에선 이 장터를 통하지 않아도 대출받을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장터를 통해 한 번이야 고객을 확보할 수 있겠지만 그 고객이 계속 내 고객이 돼란 법도 없었습니다. 필요하면 장터로 가서 다른 금융사 대출을 받으면 되니까요.


■ 봇물 터지는 '대출 비교 서비스'

올 4월 금융규제 샌드박스가 시행된 지 100일이 넘었습니다. 규제를 풀어줄테니 마음껏 사업해보라는 이 '모래 놀이터'에 현재까지 37건이 들어와 있습니다. 그 가운데 10건이 대출 비교 서비스입니다. '대출 모집인은 한 은행 대출상품만 팔아야 한다'라는 1사 전속주의 특례를 적용받는 서비스들입니다. 같은 서비스로 놀이터 입장을 신청하려는 사업자도 아직 더 있습니다. 금융위는 당장 이번 달부터 이 서비스 5건이 상용화된다고 밝혔습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 시행 100일을 맞아 현장의견 수렴 간담회를 진행하는 최종구 금융위원장 / 금융위원회 제공


이번에는 상황이 어떨지 궁금했습니다. 민간이 만들고 개인 고객들이 모이는 대출금리 비교 플랫폼에 금융사들은 얼마나 관심을 가질지 말입니다. 특히나 방송으로 보여줄 수 있는 금융 기사가 잘 없기에 이번엔 '그림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내심 해봤습니다. 촬영 협조를 구하고자 한 핀테크 기업에 전화를 걸었는데 돌아온 답은 이렇습니다.

"7월 4일에 출시하는데 그때는 한 곳만 들어와서요. 7월 말쯤에 저축은행 한 곳, 카드사 한 곳 더 들어올 예정입니다. 그때 인터뷰를 하시는 게 어떨까요?"

"혹시 시중은행들은 언제 들어오나요?"

"이번 달 안에 들어오기엔 어렵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비교하는 모양새를 갖추려면 시간이 더 걸린다는 이야기였습니다. 스크롤 좌르르 내리는 그림을 기대했던 제가 많이 섣불렀던 겁니다. 나머지 다른 핀테크 기업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였습니다. 1200만 명 가입자를 확보한 토스도 쉬운 상황은 아니었습니다. 시중은행이 일부 포함돼 있긴 하지만 제2금융권까지 이번 달 안으로 6개 상품만 들어올 것 같다고 했습니다.


■ 규제는 풀어줬지만 쉽지 않은 사업

'핀다'의 대출 비교 서비스. 아직 한국투자저축은행 한 곳만 들어와 있다. / '핀다' 제공


저축은행, 외국계은행 등을 설득하는 건 그나마 순조로운 반면 시중은행의 마음을 얻는 게 쉽지 않다고 합니다. 은행 입장에선 지금 가진 인프라로 충분히 대출을 잘 해왔는데 굳이 새로운 채널에 홍보 비용, 새 전산시스템 비용 등을 더 들일 이유가 없어 보입니다. 금리 정보를 노출하는 것도 남 좋은 일 같으니 일단 지켜보자는 분위기도 큽니다. 8년 전이나 지금이나 같은 이유가 또 발목을 잡는 듯합니다.

첫 술에 배부를 순 없겠지만 '귀한 첫 술'을 들었습니다. 8년 전엔 잘 안 됐지만 이번에는 잘 됐으면 좋겠습니다. 핀테크 기업이 성공시키고 만다는 끈기로 스스로 이 벽을 꼭 넘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금융규제 샌드박스는 사업할 수 있는 물꼬를 터주겠다는 것이지 그들을 무한정 지원을 해주겠다고 한 게 아닙니다. '혁신적인 서비스니까 도와줘'라고 감성에 호소할 게 아니라 대형 금융사들도 참여할 수밖에 없는 알짜 서비스로 자생(自生) 해야 하지 않을까요? 그런 점에서 금감원의 한 핀테크 고위 담당자가 해준 말이 떠오릅니다.

"토스의 간편송금 서비스도 시중은행들과 다 제휴를 맺기까지 2년 넘게 걸린 걸로 압니다. 시간이 더 필요하지 않을까요?"

/ 최원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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