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당당한 살인자

등록 2019.08.22 21:43 / 수정 2019.08.22 21: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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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들 팔았지요?"

"안 팔았어요, 죽였어요"

"지금 뭐라고 했어요?" "네, 네, 죽였어요…"

연쇄살인범 유영철을 모델로 한 영화 '추격자'에서 경찰 조사를 받는 범인은 순진한 얼굴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마스크를 쓰고 카메라 앞에 선 현실의 유영철은 당당했습니다. "부유층은 각성하고 여성들은 함부로 몸을 놀리지 말라"고 큰소리치는 그를 보며 경악했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유영철에 이어 정남규 강호순까지 연쇄살인범이 잇따르면서 흉악범 얼굴을 공개하기 시작한 것이 2010년입니다.

"잘못한 게 없어요 난! 난 더 살아야 돼…"

"하루가 멀다 하고 불이익을 당해 오고 이러다 보면 화가 날대로 나고…" 

지난 9년, 사람들 앞에 선 피의자들의 민 얼굴은 가지각색이었습니다. 뻔뻔하게 부인하고 변명하거나, 그나마 죄송하다고 하거나 아예 입을 다물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스물두 번째로 얼굴을 드러낸 한강 시신사건 피의자 장대호 같은 경우는 처음 봅니다. 그는 당당하게 고개를 치켜들고 스스로를 흉악범이라고 불렀습니다.

"반성하고 있지 않습니다… (유족에게) 전혀 미안하지 않습니다…"

그는 고려시대 김부식 아들에게 수염을 그슬린 뒤 무신의 난을 일으킨 정중부를 자신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그냥 장난으로 수염을 태운 것 같지만 당사자한테는 상대방을 죽일 만큼의 원한인 것입니다”

아메리카 원주민 나바호족은 사람의 심장 속에 세모난 쇳조각이 있다고 믿었습니다. 나쁜 짓을 할 때마다 쇳조각이 돌면서 심장을 찌른다고 했지요. 하지만 나중에는 쇳조각이 닳아 무뎌지면서 양심의 통증을 느끼지 못한다고 했습니다. 장대호가 한강에 버린 것은 시신만이 아니었습니다.

다 닳아버린 인간성과 죄의식도 함께 내다 버렸습니다. 흉악범들은 남의 처지와 감정, 고통을 헤아릴 줄 아는 공감능력이 부족하다고 합니다. 하지만 무감각한 심장이 범죄자들만의 얘기는 아닐 겁니다.

쓴소리, 바른 말에는 귀를 닫고, 듣고 싶은 말에만 귀를 여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습니다. 자기 잣대로 정의를 해석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세상은 각박해지고 범죄도 흉악해지기 마련입니다. 갈수록 세상이 무섭습니다.

8월 22일 앵커의 시선은 '당당한 살인자' 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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