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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신동욱 앵커의 시선] 적에게 붙이는 딱지, 적폐

등록 2019.08.30 21:49 / 수정 2019.08.30 2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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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여 아무 걱정하지 말아요. 우리 함께 노래합시다…"

2016년 광화문 촛불집회에서 전인권씨가 부른 '걱정 말아요, 그대'는 60만 군중의 합창으로 번졌습니다. 그러면서 시대의 아픔을 껴안는 '국민 위로송'으로 칭송 받았습니다.

"혹시나 박사모가 한 대 때리면 그냥 맞으세요. 세계에서 가장 폼 나는 촛불시위가 되게 합시다…"

그런 전씨가 다섯 달 뒤 적폐로 몰렸습니다. 안철수 후보를 애플의 스티브 잡스에 비유했다가 문재인 후보 지지자들로부터 "적폐세력 전인권의 공연 예매를 취소하자"는 문자폭탄을 맞은 겁니다. 한국고대사 학회장 하일식 교수도 문 대통령의 가야사 복원 지시를 비판했다가 적폐가 됐습니다.

"박근혜 정부 국정 교과서에는 왜 반대하지 않았느냐"는 공격이 쏟아졌지만 하 교수는 앞장서서 국정교과서에 반대했던 학자였습니다. 집권세력과 지지층이 자기네에게 불리한 판결에 붙인 적폐 딱지는 헤아리기도 힘듭니다.

적폐란 '오래 쌓인 폐단'을 뜻하기에 이 '쌓을 적(績)'자를 씁니다. 그런데 혹시 적을 가리키는 이 적(敵)자로 착각하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집권 민주당이 조국 관련 수사를 벌이는 검찰을 구시대 적폐, 정치 검찰이라고 공격하고 나섰습니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살아 있는 권력을 수사한 유일한 검사'라고 입을 모아 극찬한 지 한 달 만입니다. 대통령이 윤 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했던 격려를 돌아볼 수밖에 없습니다.

"우리 윤 총장님은… 권력의 눈치도 보지 않고… 우리 청와대든 정부든 집권 여당이든… 엄정한 자세로 임해주시기를…"

조국 사태에 침묵하던 유시민 노무현재단 이사장도 검찰 때리기에 합류했습니다. 검찰 수사를 "악당들이 가족을 인질로 잡는 것"에 비유하고 압수수색을 "저질 스릴러"라고 했습니다.

조 후보자의 위선에 분노하는 국민을 향해서는 샤덴프로이데라는 독일어를 써가면서 "남이 당하는 불행에서 즐거움을 얻는다"고 했습니다. 완벽하게 모든 것을 가진 인물, 조국에 대한 시기와 질투로 지금 이 소동을 벌이고 있다는 겁니다. 그런 말을 듣는 시청자 여러분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8월 30일 앵커의 시선은 '적에게 붙이는 딱지, 적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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