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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신동욱 앵커의 시선] 대통령의 결심

등록 2019.09.04 21:49 / 수정 2019.09.04 2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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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은 평생 동지 문재인을 이렇게 말하곤 했습니다. "노무현의 친구 문재인이 아니라, 문재인의 친구 노무현"이라고. 그만큼 믿고 의지했다는 얘기겠지요.

2006년 노 대통령은 청와대를 나온 지 석 달 된 문재인 전 민정수석을 법무장관으로 기용하려 했습니다. 그러자 야당은 물론 여당까지 지나친 코드인사라며 반대했습니다. 노 대통령은 "쓸만한 사람, 마음이 통하는 사람을 써야 하는 것 아니냐"고 했지만 민심이 돌아설 것이라는 얘기에 포기했습니다.

"거문고 줄을 바꿔 맨다"는 말이 있습니다. 거문고가 불협화음을 내면 줄을 새로 바꾸듯 나라를 다스려야 조화롭다는 격언이지요. 반대로 "거문고 줄 받침을 아교로 붙여 연주한다"는 말도 있습니다. 거문고는 새 발처럼 생긴 받침을 움직여 조율하는데 이걸 고정시켜버리면 한 가지 소리밖에 안 납니다. 상황 변화를 인정하지 못하고 한 가지만 고집하는 경우를 가리킵니다. 노 대통령이 문재인 법무장관 카드를 접은 것은 둘 중 어느 경우에 해당할까요.

여야가 조국 후보자 청문회를 모레 열기로 합의한 것은 뒤늦게나마 다행한 일입니다. 하지만 조 후보자가 기자간담회에서 모르쇠로 일관한 태도를 보면 청문회 전망이 그리 밝지 않은 것 또한 사실입니다. 더구나 대통령은 이미 국회에 조국 후보자 청문보고서를 내달라고 한 상태이고, 청와대와 여당은 조 후보자가 간담회로 모든 의혹을 해소했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일 국무회의에 조 후보자가 장관 자격으로 참석할 거라는 얘기까지 나오는 마당이어서 청문회는 통과의례에 그칠 위험이 다분합니다. 거기에다 문재인 정부 들어 국회 동의 없이 장관급 임명을 밀어붙인 비율이 48%에 이릅니다. 역대 정권 평균치 27.5%의 두 배 깝습니다.

결국 관건은 대통령의 결심입니다. 대통령에게 조 후보자가 노 전 대통령만큼 운명적 존재이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셰익스피어 연극은 주인공의 운명이 성격에 의해 좌우되기에 '성격 비극'이라고 부릅니다. "사람의 성격을 평가하는 가장 정확한 척도는 권력을 잡았을 때 행동"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잠시 숨을 돌리고 거문고 줄을 새로 매는 여유와 인내를 가지시길 바랍니다.

9월 4일 앵커의 시선은 '대통령의 결심'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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