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취재후 Talk] '대마 밀반입' CJ그룹 장남 이선호 셀프 구속…급박했던 6일

등록 2019.09.11 11:18 / 수정 2019.09.11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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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14위 CJ, 변종 마약 투약한 1순위 후계자

"이재현 회장 장남, 마약 가지고 공항 입국"

9월 1일 새벽 4시55분, 미국 로스앤젤레스를 출발한 대한항공이 인천공항에 도착했습니다. 비행기 안에는 이재현 CJ그룹 장남 29살 이선호씨가 타고 있었습니다. 이씨는 입국심사 과정에서 세관에 붙잡혔습니다. 보통 관광객들은 해외여행 중 면세 한도를 초과한 물품을 산 뒤 몰래 들여오다 세관에 걸립니다. 이씨는 달랐습니다. 그의 여행용 가방 안에는 마약인 고농축 액상대마 카트리지 20여개가 담겨 있었습니다. 어깨에 멘 가방에도 수십 개의 대마 초콜릿, 대마 젤리도 발견됐습니다. 이씨를 적발한 인천세관은 CJ그룹 장남인지 몰랐다고 합니다. 세관은 보통 반입한 마약류가 5개 이하면 직접 조사를 하지만 그 양이 너무 많이 검찰에 이씨 신병을 인계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인정합니다" 집으로 돌려보낸 검찰

"SK·현대 3세는 모두 체포 후 구속"

인천지검은 이씨를 상대로 소변검사를 실시했습니다. 양성 반응이 나왔습니다. 이씨는 마약 투약, 밀반입 혐의 대부분을 인정했다고 합니다. 검찰은 도주 우려가 없고, 동종전과가 없다는 이유 등으로 귀가 조치했습니다. 이틀 후인 3일 오전 피의자 신분으로 5시간 동안 검찰 조사를 받은 이씨는 또다시 집으로 돌아갔습니다. 불구속 수사가 원칙이지만 다섯 달 전 SK그룹 3세 최모씨와 현대가 3세 정모씨와는 다른 모습입니다.

두 사람은 이씨와 같은 죄명으로 경찰 수사를 받았습니다. 최씨는 사무실에서 해외에 있던 정씨는 귀국 직후 인천공항에서 체포됐습니다. 두 사람 모두 대마 구입과 흡연 혐의를 인정했습니다. 경찰은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고,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법원에 청구했습니다. 결국 두 사람은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이처럼 통상 수사 기관이 마약 밀수 사범을 검거하면 긴급체포 후 구속영장 청구 등 신병 확보 조치를 취합니다. 이씨의 경우는 상당히 이례적이라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인천지검은 세관 측에서 수화물 검색 때 현행범으로 이씨를 체포했어야 했지만 적발된 장소를 이탈한 상태에서는 현행범으로 체포할 수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은 긴급체포를 안한 것은 적법한 절차를 따랐다고 덧붙였습니다.

◆“빨리 구속시켜 주세요” 검찰 자진출석


“어떤 처벌도 달게 받겠다”

갑자기 반전이 생겼습니다. 이선호씨가 기습적으로 검찰에 자진출석한 겁니다. 이씨는 적발된 지 나흘 만인 9월 4일 저녁 6시20분쯤 혼자 택시를 타고 인천지검에 들어갔습니다. 이씨는 “자신으로 인해 주위의 사람들이 많은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마음이 아프다며 법적으로 가능하다면 하루빨리 구속되기를 바란다”라고 출석 이유를 검찰에 밝혔습니다. 검찰은 이씨의 심리상태 등을 고려해 2시간 만에 이씨를 긴급체포했습니다.


◆언론 노출 부담스러웠나?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 출석 포기”

검찰은 긴급체포한 지 11시간 만에 이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법원에 청구했습니다. 통상 절차에 따라 6일 오후 2시 영장실질심사가 진행될 예정이었습니다. 또 한 번 평범하지 않은 일이 발생했습니다. 이씨가 영장실질심사 출석을 포기한다는 뜻을 변호인을 통해 전달한 겁니다. 법원의 판단을 따르겠다는 것이 이유였지만 취재진들의 생각은 달랐습니다. 취재진이 이씨를 촬영할 수 있는 시간은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러 가는 순간뿐입니다. 재계 14위 대기업 후계자가 마약 혐의로 법원에 출석하는 모습이 노출되는 게 부담스러워 피한 것이 아닌가라는 추측이 가능합니다. 이씨는 결국 이날 저녁 대마 밀반입 혐의로 적발된 지 6일 만에 구속됐습니다.

◆고농축 액상대마는 무엇?


"건초 대마보다 환각성 10배 높아"

대마는 흔히 건초를 말아 담배처럼 피우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하지만 최근 새로운 형태인 액상 카트리지가 등장했습니다. 초콜릿, 사탕, 젤리 등의 대마제품도 있습니다. 이 제품들은 주로 ‘해시시 오일’로 만듭니다. 해시시 오일은 쉽게 표현해 대마 농축액입니다. 건초 대마보다 환각성이 7~10배 높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실제 기자가 지난해 인천세관에서 대마 액상 카트리지 밀반입 관련 브리핑 때 10분 정도 카트리지 근처에 있었는데 어지럼증과 두통이 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밀봉된 상태였는데 말이죠. 액상대마의 국내 반입 경로는 대부분 북미지역입니다. 미국의 대부분 지역은 의료용 대마를 합법화했습니다. 워싱턴, 오리곤, 네바다, 캘리포니아, 알래스카, 콜로라도 등 10개 주는 의료·오락용 대마를 합법화했습니다. 의료·오락용 대마가 합법인 지역에서는 만 21세 이상 성인이면 누구나 허가받은 소매점에서 대마류를 손쉽게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씨가 검찰조사에서 대마 구입 지역으로 진술한 LA는 의료·오락용 대마 합법화 지역입니다. 이런 환경 변화로 실제 국내 대마류 밀반입이 증가하고 있습니다. 인천본부세관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6월20일까지 액상 대마 카트리지의 적발건수는 총 160건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5건과 비교해 3배 이상 늘었습니다.


◆마약 단순 투약보다 밀반입 엄히 다루는 국내 법 환경

"밀반입 적발,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 징역형"

인천지방법원과 법조계 등에 따르면 마약사범의 처벌은 종류에 따라 다르다고 합니다. 단순 투약의 경우 1년 이상의 유기징역형을 받게 돼 있습니다. 하지만 동종전과가 없는 초범의 경우 대부분 집행유예를 받습니다. 강력한 처벌보다는 치료, 교육 등을 통해 마약에서 손을 떼게 하려는 목적입니다. 하지만 밀반입이나 구입 등으로 적발되면 대부분 실형을 살게 됩니다.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형을 선고받습니다. 마약 유통을 근절하려는 법원의 의지가 보입니다.

유명인이라고 예외는 없습니다. 2013년 대마초를 상습적으로 피운 혐의로 재판을 받은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차남은 집행유예형을 받았습니다. 남양유업 창업주 외손녀 황하나는 필로폰을 투약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보호관찰 및 약물치료 등을 선고 받았습니다. SK그룹 3세 최모씨와 현대가 3세 정모씨는 검찰이 징역 1년6개월 1000여만원 추징을 구형했습니다. 법원은 두 사람에게 각각 집행유예와 보호관찰을 선고했습니다.

검찰이 이선호씨에 대해 어떤 구형을 내릴지 궁금해집니다. 초범에다 혐의를 인정했다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SK와 현대 3세 두 사람보다 엄한 처벌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입니다. 이씨는 직접 미국에서 고농축 액상대마와 마약젤리 등 대마류 수십여개를 밀반입하는 등 적극적인 행동을 취했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투약까지도 했습니다. / 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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